정권교체보다 정치교체가 더 중하다

발행일 2017-01-16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서상호주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기자회견서 ‘이젠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라고 말했다. 즉각 강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민주당대표가 ‘촛불 민심의 명령은 정권교체’라고 응수함으로써 정국은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로 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반 전 총장 측이 프레임전쟁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같다. 왜냐하면 정권교체는 당차원의 문제이지만 정치교체는 국가차원의 문제다. 또 정권교체는 수단이지만 정치교체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또 정권교체로는 사람만 바뀌어서는 정치개혁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정치교체로는 정치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래서일까. 문 전대표는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 가능하다’고 부가설명까지 곁들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치의 숙원사업(?)은 정치개혁이었다. 이번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로 더욱더 우리 정치체제는 구조적으로 썩은 소위 ‘앙시앵 레짐’(구체제)으로 전락했다. 우리 정치는 패권정치, 패거리정치, 훼방의 정치, 저주의 정치, 전투적 정치, 진영정치, 운동권정치, 충성정치, 천격의 정치 등 말이 모자랄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솔직히 말해 망국병이었다.

참다못한 우리 국민은 지난해 있었던 4ㆍ13총선에서 ‘정치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선 패권주의 하나만이라도 버리라고. 이에 더민주당은 친노의원 몇 명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국민의 명령을 따르는 듯한 포즈라도 취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배신의 정치 징계라는 등 턱도 없는 명분을 내걸고는 철저히 친박패권주의로 나갔다. 그 결과가 바로 더민주당에는 영광을, 새누리당에게는 더 이상 처참할 수 없을 만큼의 패배를 안겼다.

여야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당일 때는 국정이 잘못되기를 노리는 정치를 한 것이 사실이다. 소위 훼방정치고 저주의 정치다. 우리 경쟁국은 정치가 경제를 살리는 데 거꾸로 우리는 정치가 경제를 죽이고 있다. 경제를 살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수 많은 법들이 국회서 낮잠을 자는 것이 그 예다. 국민만 죽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바로 정치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정치개혁은 또한 개헌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촛불시위가 민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촛불의 요구 전부가 민심이고 천심인 것은 아니다. 촛불을 핑계 삼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가령 사드문제 등과 같은 안보 면에서는 언제나 당보다는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또한 중요한 정치교체가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 중대한 지배세력 교체문제가 촛불민심에 의해 제기됐다. 즉 모든 기득권 세력의 후퇴라는 엄청난 문제제기다. 그동안 기득권에 충성했던 정치인, 검찰, 언론, 귀족노조 등 모두가 물러나라는 주장이다. 소위 ‘앙시앵 레짐’으로 기득권 전체가 하나의 부패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정치교체의 요체이기는 하나 이렇게 되면 시민혁명이 된다.

이를 받아 문 전 더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는 시작이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대로 구시대 구체제의 적폐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달라는 아주 엄중한 명령이다"고 맞장구를 쳤다.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시민혁명이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

게다가 문제는 문 전 대표 역시 청산의 대상인 구체제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무조건 발목을 잡아 국정훼방을 놓는 것만이 집권의 길이라는 저주의 정치를 해오지 않았던가. 지난해 4ㆍ13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친박놀이라는 헛발질을 하지 않았다면 처참한 패배를 당했을 것이라는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 이를 말해 준다.

이 논리는 같은 당의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조했다. 즉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시절 패거리정치를 한 기득권 세력이므로 청산주체가 아니라 청산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외도 정치교체엔 법치주의 재건이 있다. 즉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등한시했던 법치를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회복이자 정치교체라는 ‘태극기’의 요구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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