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가난한 사랑 노래』(실천문학,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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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께서 어떤 계기로 ‘실천 강령’이나 ‘격문’ 같은 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시대의 앞장에서 자신의 삶과 궤적이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리란 신념을 가진 자에게는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말씀이다. 거창한 뜻과 명분의 삶이 아닐지라도,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잘 새겨듣고 몇 가지 실천만 한다면 느슨한 일상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며 매순간 깨어 있게 하는 각성제가 되리라. 우린 살아오면서 수없이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했겠으나, ‘타성’이란 관성의 우군에게 발목 잡히고 제압당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나.
이 시는 20세기 초 레닌의 러시아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환기케 한다. 19세기 중반 차르 체제의 러시아는 수많은 사회적 모순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이때 옥중에서 탈고한 한 편의 연애소설이 젊은이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사회적 반향은 실로 엄청났다. 청년들에게 사랑과 혁명, 진보와 인간애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다. 당시 혁명을 꿈꾸던 청년 레닌도 이 소설을 읽고서 ‘그가 나를 완전히 바꾸었다’고 고백하면서 40년 뒤 같은 제목의 정치 팸플릿을 만들었는데 볼셰비키 혁명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숙지해야 할 ‘혁명의 교과서’가 되었다.
심상정 의원도 피 끓던 20대에 이 책의 많은 구절을 통째로 줄줄 암송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주인공이 방직공장에서 일한 이력도 그와 같다. ‘무엇을 할 것인가’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는 모두 개인적인 삶의 목표보다 당시의 현실과 치열하게 대면하고자 했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이 시 안에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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