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의 여신과 헤라클레스의 선택

발행일 2017-02-09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민 위한 ‘미덕의 신’ 기다리며올바른 신을 선택할 수 있는헤라클레스의 지혜를 소망해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의 심리와 행동을 다시 음미하고 성찰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영웅들은 가혹한 시련과 고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죽는 날까지 고난과 박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헤라클레스의 생애는 단연 최고로 꼽힌다. 제우스의 불륜으로 태어나게 된 헤라클레스는 출생부터 방해를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강해지는 것을 보고 놀란 아버지는 그를 키타이론 산으로 보내 소를 돌보게 했다.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헤라클레스에게 두 여인이 나타났다. 두 여인은 미덕(virtue)과 악덕(vice), 또는 탁월함을 상징하는 아레테 여신과 악덕을 상징하는 카키아 여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풍만하고 요염한 자태로 붉게 화장한 악덕의 여신이 헤라클레스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의 손을 잡고 함께 간다면 가장 즐겁고 편안한 길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고통도 겪지 않고 세상 온갖 즐거움과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고를 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남이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것을 쓰고, 이익이 되는 일에만 손대면 됩니다.

화려하게 장식하지는 않았지만 정결함과 고귀함이 느껴지는 미덕의 여신이 말했다. 나는 감언이설로 당신을 현혹하고 싶지 않아요. 이 세상 모든 선과 아름다움은 오로지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가시밭길처럼 험하고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당신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면 신을 공경해야 하고, 친구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친구에게 선을 베풀어야 하고, 존경과 사랑을 받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땀 흘려 땅을 경작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헤라클레스가 미덕의 여신 말을 듣고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좋단 말인가요’라고 묻자, 악덕의 여신이 끼어들었다. 헤라클레스여 이 여자가 말하는 기쁨과 행복은 너무 멀리 있어요. 나와 함께하면 빠르고 가까운 지름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이니 잘 선택하세요. 헤라클레스가 ‘지름길과 멀리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고 있을 때, 미덕의 여신이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는 즐거움은 참된 즐거움이 될 수 없어요. 악덕의 여신 말대로 살면 젊을 때는 한가롭고 쾌락 속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늙어서는 궁색하고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헤라클레스가 미덕의 여신에게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은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일을 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존경받습니다. 그들은 평화로울 때는 좋은 동료이고, 전쟁을 할 때는 용감한 전우입니다. 내 친구들은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것에서 감미롭고 즐거운 감정을 느낍니다. 젊은 사람은 나이 든 사람들로부터 칭찬받고,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로부터 존경받으며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그들은 인생을 마감할 때도 초라하게 버려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고 칭송받으며 영원히 살게 됩니다. 헤라클레스는 망설이지 않고 미덕의 신의 손을 잡았다. 그는 평생 고통스럽고 험한 길을 가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 이 땅은 무수한 신들이 출현하는 키타이론 산과 같다. 어떤 이는 화려한 언변으로, 어떤 이는 도무지 현실성이 없는 황당한 이야기로, 어떤 이는 신뢰할 수 없는 선동가로, 어떤 이는 거름지고 장에 가는 한심한 모습으로, 어떤 이는 다른 신들 사이를 오가는 거간꾼으로, 어떤 이는 유난히 별나고 요란스러운 추종자를 거느리고 다가와 고뇌하는 헤라클레스, 아니 선량한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는 ‘미덕의 신’이 나타나길 고대하며, 동시에 올바른 신을 선택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의 판단력과 지혜를 소망해야 한다. 우리 모두 미덕의 여신만이 발을 붙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후회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을 위해 지금부터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냉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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