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1+1

발행일 2017-08-13 19:30:2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 인생의 황금 시간은 언제일까 어쩌면 소원을 빌고 소망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살갗에 닿는 대기가 한결 써늘하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입추 말복이 지났다. 더위의 절정이라는 삼복이 물러났다. 끝이 없을 듯 이글대며 대지를 달구던 태양도 어느덧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숙의 계절에 더위가 자리를 내주려 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별똥별의 우주 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밤하늘을 바라보기 좋은 천문대 근처에 사는 지인은 그 잔치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며 초대하곤 하였다. 하지만 번번이 일이 생겨 가보지 못했다. 올해엔 꼭 그곳에 가서 하룻밤 묵으면서 별똥별의 잔치에 함께 해보리라 계획하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었지만, 지키지 못할 운이었던가.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또 상황이 급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상태가 나아져 일반 병실로 옮겨서 간호하여도 좋지 않을까 기대하였던 어머니 병세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열이 나더니 호흡이 가빠지고 급기야 인공호흡기를 걸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호전이 되지 않고 자꾸만 생명 연장에 필요한 줄이 늘어만 간다.

살아오면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았지만, 부모님 다 돌아가시면 천애 고아가 된다는 사실, 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었다손 치더라도 고아가 된다는 것은 슬픔 중의 슬픔이지 않을까 싶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어머니를 보면 한시라도 더 숨을 연장하려고 애를 써대는 내 모습을 어머니는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어떻게 하는 편이 옳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고통스레 숨 쉬는 것을 어머니가 진정 바라지 않으시면 그건 불효가 아닐까?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도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뉴스에서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는 유성우가 잘 관찰될 것이라며 꼭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하고 있다. 떨어지는 별똥별에 저마다 가슴 속의 소원을 빌고 그 축제를 즐겨보라는 뜻이지 않겠는가. 나는 진정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머니의 진정한 평안은 무엇일까? 그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느끼고 미리 알아차려서 그것대로 행해 드리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효도가 아니랴 싶다.

라디오를 켰다. “여름밤마다 펼쳐지는 별똥별 쇼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현장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멘트를 들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밝은 빛 하나가 길게 사선을 그으며 휙 떨어진다. 눈을 의심하며 다시 올려다보니 이번에는 오른쪽 하늘가에서 더 밝은 불빛 하나가 비 오는 날 물방울이 차창을 타고 내리듯 선을 그으며 길게 떨어진다. 아~! 참. 소원을 빌어야지. 나는 소원을 얼른 떠올려본다. “소원성취하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소원에 덧붙여 나의 소원도 같이 성취하게 해주십시오.”

어느 작가는 책에서 말하지 않던가. 여행은 시선이라고. 인생이라는 우리의 긴 여행에서 우리가 어느 곳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슬픔과 기쁨은 교차할 것이다. 밝은 면을 바라보면 기쁨이 클 것이고 어두운 면을 응시하면 슬픔이 강조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밝은 빛으로 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어둠 속에서 밝음이 더 빛나지 않은가. 어두운 밤하늘에 유성우를 바라보며 나는 여러 가지 소원을 떠올리다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별똥별을 그저 바라본다. 그 짧은 순간에 외마디 소리조차 다 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나는 급히 말한다. “소원, 1+1”이라고. 어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나의 소원 또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시선의 방향을 보면 그 사람의 지금 상황과 마음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이곳 내가 있는 나의 하늘에서도 별똥별이 내리고 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우주 공간에 남긴 먼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과 충돌해서 불타 별똥별이 비처럼 내리는 현상이라지 않던가.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 쇼는 매년 펼쳐진다. 지인의 집에서는 잘 보이는 최적의 조건이라니 어쩌면 소낙비처럼 내리지 않을까.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페르세우스 유성우, 별똥별을 바라보며 나는 소원을 수도 없이 빌어 본다.

어두운 밤하늘에 밝은 빛으로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우리네 인생도 저처럼 어느 순간엔 사라져 가지 않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가슴이 평안하기를, 신체의 고통 없이 모두 건강하기를 소망한다. 우리 인생의 황금 시간은 언제일까. 어쩌면 무엇인가에 소원을 빌면서 무언가를 소망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겠는가.정명희의사수필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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