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 살릴 방안 없나

발행일 2017-08-13 19:36:5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의 대표적 먹거리 골목인 중구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가 존폐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대구 중구의 불법 포장마차 영업정리 계획에 따라 무허가 영업을 해오던 포장마차형 업소들이 문 닫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업소 13개소 중 허가받은 5개소 이외 8개소는 이미 영업이 중단됐거나 영업신고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저녁나절 시민들의 발길이 북적이던 명물거리가 땅이 꺼질듯한 한숨소리와 함께 철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시끌벅적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휴점을 알리는 현수막만 펄럭이는 을씨년스런 전경이 너무도 선연하게 느껴진다.

북성로는 대구 군수 겸 경상북도 관찰사 서리인 박중양이 1907년 대구읍성 북쪽성벽을 허문 자리에 낸 도로다. 그 역사는 일본인 상인들이 입점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목욕탕 양복점 백화점 등과 식당 영화관 카바레 다방이 즐비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반에는 피난온 문인과 예술가들의 근거지로도 유명했다. 구상 유치환 이중섭 조지훈 등 유명인사들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던 공간도 이 일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폐공구들을 모아 파는 공구상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지금과 같은 공구골목으로 자리 잡게 됐다.

대우빌딩 뒤편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며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중심으로 동쪽은 북성거리, 서쪽은 인교거리로 나뉜다. 낮에는 공구골목 영업이 한창이지만 밤에는 연탄에 불고기를 구워 파는 가게들이 문 열어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그런데 이처럼 명물거리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거리가 무허가 포장마차 영업정리로 인해 가게들이 한둘씩 문 닫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게와 포장마차들이 문 닫으면 영업허가를 낸 상가마저 손님이 줄어 대구에서 명물거리가 또 한 곳 사라질 것은 불 보듯 뻔해진다.

더구나 문 닫을 처지에 놓인 포장마차가 상가를 임대해 합법운영을 하려고 해도 임대료가 비싸 옮길 수 없다는 현실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단속이 강화되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상권이 무너지는 것도 금방이라는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대구시민들의 오랜 추억이 서린 북성로 연탄 불고기 거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모두가 상생협력으로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차분하게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전통 먹거리 골목이 한순간 눈앞에 사라지는 현실을 반길 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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