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저녁나절 시민들의 발길이 북적이던 명물거리가 땅이 꺼질듯한 한숨소리와 함께 철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시끌벅적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휴점을 알리는 현수막만 펄럭이는 을씨년스런 전경이 너무도 선연하게 느껴진다.
북성로는 대구 군수 겸 경상북도 관찰사 서리인 박중양이 1907년 대구읍성 북쪽성벽을 허문 자리에 낸 도로다. 그 역사는 일본인 상인들이 입점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목욕탕 양복점 백화점 등과 식당 영화관 카바레 다방이 즐비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반에는 피난온 문인과 예술가들의 근거지로도 유명했다. 구상 유치환 이중섭 조지훈 등 유명인사들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던 공간도 이 일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폐공구들을 모아 파는 공구상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지금과 같은 공구골목으로 자리 잡게 됐다.
대우빌딩 뒤편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며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중심으로 동쪽은 북성거리, 서쪽은 인교거리로 나뉜다. 낮에는 공구골목 영업이 한창이지만 밤에는 연탄에 불고기를 구워 파는 가게들이 문 열어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더구나 문 닫을 처지에 놓인 포장마차가 상가를 임대해 합법운영을 하려고 해도 임대료가 비싸 옮길 수 없다는 현실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단속이 강화되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상권이 무너지는 것도 금방이라는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대구시민들의 오랜 추억이 서린 북성로 연탄 불고기 거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모두가 상생협력으로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차분하게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전통 먹거리 골목이 한순간 눈앞에 사라지는 현실을 반길 이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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