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느슨해진 마음 다시 추슬러야 한다

발행일 2017-10-09 19:19:5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장 열흘간 긴 추석 연휴가 마침내 끝났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국민 3천700만 명이 귀성 또는 역귀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만 해도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온 국민이 한 번씩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연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르는 내년 6월 전국단위 지방선거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엿볼 수 있는 기간이었다고 판단된다. 안정적 국정운영과 적폐청산 등 정치 이슈를 이끌기 위해 여권으로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가장 큰 해결 과제일지도 모른다. 대선 패배 후 이에 실패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창출 못 한 야권으로서도 민심을 살피는 데 활용했을 것은 분명하다.

지금 전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안보위기에 추석마저 불안의 나날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1천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심각성 또한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우려를 더해주었다.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지난 김영란법을 의식해서인지 평소 추석 때 오가야 할 선물조차 고만고만하게 느껴졌다.

장기간 불경기에다 썰렁한 추석경기마저 더해진 자영업자나 농민들의 고통스러운 심경이 충분히 짐작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다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리스크가 온 국민을 불안으로 몰고 간 것도 사실이다. 북한과 미국 간 오간 말 폭탄은 실제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 강도를 드높였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적폐청산, 최저임금 인상, 가계부채,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등 제대로 향배를 결정짓지 못하는 정치 상황도 화두가 됐다. 서민 대다수가 걱정과 불안 속에 그다지 즐겁지 못한 연휴를 보낸 이유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정국이 어수선하고 경제가 힘들더라도 온 국민의 마음만큼은 구름 속에 솟아오른 보름달처럼 넉넉해야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주고받은 덕담과 격려는 다시 살아가야 할 자신감의 뿌리인 만큼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현 상황에 더욱 확고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갈피를 못 잡고 지속되는 혼란이나 불신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여야는 모든 위기에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상생과 책임 정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민심의 거대한 물줄기는 아직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가늠하지 못한다. 지역 정치권은 지역 민심의 본류가 어디에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선점하고 승패를 좌우하는 길이다. 지금은 시민들도 느슨하게 풀어진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제각기 일터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어진 업무에 활기차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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