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패딩으로 만드는 다이내믹 코리아

발행일 2017-11-30 19:50: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한겨울 오기도 전에 ‘패딩 열풍’미에 대한 강렬한 의지 한 몫 내적 불만족 감추려 한 것일지도 ”



아름다움의 기준이 나라나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은 더 큰 것 같다. 세계 미인대회에서 선발된 미인이 다른 나라에서는 추녀가 되었다는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예쁘다. 전직 대통령부터 세월을 거스르겠다고 리프팅 시술을 했네 마네 하고 성형술이 중요 관광상품이 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걷거나 역 광장이나 전철을 타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일시적일 줄 알았던 평창 롱 패딩 열풍이 길어지고 있다. 평창 롱 패딩을 사려고 판매점인 전국의 롯데백화점에 밤새워 줄을 서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거다. 인조섬유가 아닌 구스타운 롱 패딩의 가격이 최소 30만 원대 이상 한다는 정보를 덧붙여 10만 원 중간대의 가격이면 가성비가 아주 좋다는 평가가 그 바탕이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만한 가격에다 유명 브랜드 제조사의 올림픽 기념 한정품이라니 사려고 줄을 설 만한 인기 있는 상품이긴 한 듯하다. 우리 국민들의 미에 대한 강렬한 의지, 미를 추구하는 열정이 가장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싶다. 여기에다 유행에 그만큼 민감한 국민성 탓도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을 다이내믹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말이다. 지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아웃도어 바람이 한때는 공항패션이었던 것처럼.

도쿄 시내에서 만나는 일본 여자들은 한국 여자들에 비해 미적 감각이 떨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개성이 뚜렷하다고 해야 하나. 화장 기술이 모자라서인지 화장품이 비싸서인지 모르겠지만 화장을 안 한 얼굴들 같다. 남자들이 무심하다고 할 정도로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야 또 그렇다고 치자. 그러니 일본 여성들이 한국 아이돌그룹을 좋아하고 한국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팬클럽이 있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일본이 깨끗하고 시민들이 질서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거리는 깨끗하다 못해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면도로까지 도시 어디든 캐리어를 끌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도록 편편하고 정비돼 있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미적 감각이 없어서인지 미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나와는 판단 기준이 달라서인지 몰라도 그렇게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여행 중에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복장에서도 유별 눈에 띄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탱탱한 피부에 드라마에서 나온 배우 같은 화장을 한 얼굴들이 당장 한국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도쿄 시내나 인근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느낌으로 그랬다. 45층 도쿄도청 빌딩의 전망실 행 엘리베이터 안내인으로 미니스커트에 킬 힐 구두를 신은 팔등신 미인을 예상했다. 그러나 남청색 근무복에다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모자를 쓴 보통보다 작은 키의 안내원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거리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몸에 맞지 않은 큰 옷을 입었거나 세련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초등학생들도 화장을 하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하면 동남아 개도국의 아이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학생이면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색조화장까지 한다. 옷도 예쁘게 입는다. 일본 아이들의 무언가 몸에 맞지 않는 촌스러운 복장보다 우리 아이들의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표정 하며 교복조차도 스타일리시하다. 그러고도 무엇이 부족한지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거울보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화장고치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차례나 만나게 된다.

한겨울이 오기도 전에 거리에 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설마 현대인의 심리적 공허함이나 내적 불만족을 감추기 위한 자존감이 패딩으로 위장된 것은 아니겠지. 얼굴이며 의상에서는 미적 아름다움을 넘어 화려하기까지 한데 주위 환경은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하긴 평창 롱 패딩 열풍이 일시적 광풍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패션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쳐들어올 틈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니까.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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