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보조금은 절대 ‘공돈’ 아님을 인식해야

발행일 2018-02-08 20:06:4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농현상으로 피폐해진 농촌을 살리기 위한 귀농보조금이 경북 도내 일부 시, 군에서 ‘가짜’ 귀농인들의 쌈짓돈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경북 도내 일부 시, 군을 대상으로 경북도가 실시한 감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부당지원 등 12건이 적발됐고 개선 및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도내 한 시의 경우 창업 및 주택구입 융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게다가 조건이 안된 귀농인들에게 귀농정착 지원금과 농가주택수리 자금을 지원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귀농보조금을 받고도 농촌 정착 의무기간인 5년을 채우지 않고 타지로 이사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귀농인들에게 귀농보조금만 주고는 사후관리를 내팽개친 허점이 확연하게 엿보인다.

또 도내 한 군은 귀농교육조차 받지 않은 이에게 귀농 창업융자금을 지원받도록 했다. 여기다 농어촌 이외 거주기간이 1년 미만임에도 귀농 창업자금을 지원했다가 적발됐다. 귀농보조금을 받고도 5년 이내 타지로 이사한 귀농인은 보조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 군은 귀농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귀농인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세대주 아닌 사람이나 기준 미달인 사람에게 창업자금 등을 지원한 사실도 탄로 났다. 이 군도 지원금을 받은 뒤 5년 내 타지로 이사했지만 귀농보조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그런데 이런 일이 어제오늘 일어난 게 아닌데도 전혀 개선이 안 돼 개탄스럽다. 이른바 ‘눈먼 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불법 수령과 사용 건수는 500여 건이 넘는다. 적발인원도 500여 명에 이른다. 주로 융자자금 부실심사, 보조사업비 부당집행, 지자체의 사후관리 소홀 등이다. 미자격자에 대한 부당 융자도 흔하게 자행됐다. 수령 후 5년간 정착조건을 어기고 도시로 몰래 떠나버린 가짜 귀농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국민 혈세를 담은 자루가 마치 큰 구멍이라도 뚫린 듯 돈이 줄줄이 새어나간 것이다. 애초 지원 취지를 벗어나 먼저 본 놈이 임자란 식이다. 의미가 퇴색된 지원제도다. 아직도 농촌을 지키며 사는 이웃 농가들이 보고 느꼈을 실망감이 느껴진다.

귀농보조금은 이농으로 피폐해진 농촌 공동화를 줄이고 부흥의 토대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조성된 소중한 돈이다. 무분별한 지원보다 사전에 실제 농사를 지을 귀농인을 제대로 가려 지원해야 한다. 꾸준한 사후관리로 ‘먹고 튀는’ 가짜 귀농인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