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포퓰리즘일까

발행일 2018-01-30 19:56: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에 유람선이 떠있어,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1980년대만 해도 이런 유행가 가사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다만 그 시절엔 ‘우리 대한민국’을 따라 부르게 하려는 정치적 색깔이 깔렸었다. 인기 가수의 힘을 빌려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을 건전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 그 노래에서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노랫말에 나오는 우리의 하늘은 꿈에서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 대한민국’을 불렀던 그 여가수는 30년 뒤에 올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 아래 몸살을 앓는 이런 현실을 알았을까. 마스크 착용 없이는 잠시 잠깐 외출도 꺼려지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해야만 집 안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말보다 스모그를 먼저 배웠다. 학창시절 배운 스모그는 영국 등 유럽사회에서나 있는 공해였고, 우리 대한민국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기에 지리 교과서 속에서만 이해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사를 알았다. 하지만 그 흙바람도 중국의 사막화로 인한 것이었다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꽃샘 철에 잠깐 스쳐가는 계절성으로 이해하였고, 그 바람 탓에 여린 꽃잎이 시달리는 봄을 맞았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 하늘은 스모그가 낀 듯, 황사가 덮친 듯 연일 뿌옇기만 하다. 미세먼지 탓이란다. 문제는 그것이 유럽에 있었던 스모그도 아니고, 중국 황사 탓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있는 것은 자동차와 난방 등으로 인한 매연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즉 이 땅에서 일어난 초미세먼지가 우리 하늘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일기예보는 눈비 오는 것 외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좋음’부터 ‘매우 나쁨’까지 4단계로 나누어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려준다. 또 각종 매체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치명성에 대해서도 앞다투어 들려준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책을 내 놓았다.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가 며칠 이어지자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였다. 자가용 운행을 줄여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여론은 ‘잘했다-잘못했다’ 팽팽하기만 하다. 마스크는 낄지언정 자가용을 세울 수는 없나 보다. 편리함에 길든 탓일까, 심각성을 모르는 무지함일까. 아니면 지난날 정부의 정책에 속고만 살아온 탓일까. 이유야 어떻든 일상에서 불편을 느꼈다면 일반 국민은 그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거나 불편을 토로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문제의 본질을 살펴야 한다. 그런데 되레 정치권에서는 대립각을 만들고 있다. 국회서는 법 위반이라느니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느니 하는 주장까지 나돌았다. 대중교통 무료 운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재난관리기금’에서 보전하는 것이 위법이란다. 미세먼지 현상이 자연재해가 아니기에 재난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지방선거용 생색내기라는 주장이다.

아직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나타나지 않은 때문일까. 1950년대 초 영국의 스모그로 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공장의 굴뚝 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그 연기는 이황산가스와 안개가 뒤섞인 스모그였다. 우리는 아직 미세먼지를 별것 아닌 작은 먼지 덩이 정도의 낱말로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먼지는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황산화물, 황화수소 등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지닌 자동차 배출가스 덩어리라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고, 일시적이지만 매연을 줄여보겠다는 지방정부의 정책은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생각해야 할까. 탄핵정국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우리 사회는 미세먼지 못지않게 정치적 스모그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으로 희뿌옇게 해석한다. 이런 행태도 적폐 중의 하나이다. 초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초미세먼지의 정치공학은 우리의 삶을 병들게 할 수 있다. 늘 사후 약방문 격으로 처방을 내놓아야 선거용이 아니란 말인가. 그땐 또 무능과 무대책을 비난할 것 아닌가. ‘미세먼지 걷힘’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맑은 목소리를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사족> 이 글을 쓰는 지금, 밀양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또 일어났다. 이 참사는 화재대책에 대한 정부의 무능 탓일까. 제천 참사 이후 차라리 화재예방을 위한 포퓰리즘적 대책이라도 내놓았더라면 어땠을까.김종헌동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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