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발행일 2018-01-31 19:24: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가 국가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국민의 기본인 납세의 의무 지켜야미래세대에게 희망 주는 것 아닐까”

크든 작든 모든 살림살이에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누가 내는가. 구성원 즉, 비용을 쓸 사람이 내야 한다. 가정에서는 대체로 아버지가, 또 아버지와 어머니가, 때로는 가족 전체가 감당한다. 그러나 대부분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서 삶이 고달프다. 우리가 어느 정도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만큼의 물질은 필요하다. 그 이상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수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하에서 자기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담을 져야 한다.

자녀도 결혼하면 부모와는 다른 자녀의 살림살이가 있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어려움이 있으면 있는 대로 견뎌 낼 줄 알아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본적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웃과 국가, 지자체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이고, 또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아니면 그 누군가가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후손에게 부담이 된다. 그것은 후손에게 빚을 지는 것이다. 내 자식이나 후손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후손에게 부담을 안긴 것이다. 빚을 남긴 조상을 누가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하겠는가. 최근 세금 고액체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2억 원 이상 미납자만 하더라도 2만1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이하의 금액은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납세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지방자치에 드는 비용도 기본적으로는 해당 자치 주체가 스스로 조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지역 간에 어쩔 수 없는 격차가 있다면, 제도를 보완하여 그 차이를 메우고, 국민이 어느 곳에 살든지 보편적인 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현재의 재정지출도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복지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수혜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수혜 규모가 커지면 더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 비용은 혜택을 받는 세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주민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길 원하고, 그런 정책을 지자체가 스스로 결정한다면 그 비용은 지방이 부담해야 한다. 국가의 정책 결정으로 지방의 부담이 재정수입보다 더 늘어난다면 이것은 큰 문제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의 관계에서 서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면 제도를 만들어 논의하고, 적절한 분담 정도를 먼저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흔히 앉을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OECD 국가와 비교하여 논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는 복지와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세금을 면밀히 따져 본 적이 있는가. 국민은 혜택에 대한 비용을 적절히 부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납세의무이다. 매월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소득세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부가가치세가 우리나라의 2배인 20%를 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와 보유에 따른 세금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는 국가의 정책 목적에 따라 지방은 4%이던 주거용 부동산 취득세를 1~3%로 낮춰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원상으로 돌려놓을 때이다. 또한, 법인균등할 주민세의 경우 20여 년 이상 50만 원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 넓은 부지 위에 있어도, 많은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모두 50만 원이다. 이제는 불합리한지를 살펴보아 바로잡을 때이다. 조세제도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공론화를 통해 뜻을 모으고, 적절한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일정한 로드맵에 따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지역쇠퇴, 경제위기 우려, 기억하기 싫은 IMF관리 경험,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 4차 산업혁명 등은 우리로 하여금 오늘보다 내일을 더 걱정하고 준비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성세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적어도 내가 먹는 밥값과 물값, 내가 쓰는 비용은 직접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케네디 대통령의 어록 중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오늘날 국가와 국민, 지자체와 주민이 이 말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당대에 맡긴 소임을 생각해 보고, 우리가 혜택을 누리는 만큼 맡은 바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우리 당대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책임 있게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취직도 결혼도 힘든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최소한 누가 되지 않고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주석대구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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