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나는 교사, 일그러진 교육 현장

발행일 2019-01-02 19:51: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교사들의 명퇴 바람이 심상찮다. 교육환경의 급변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교권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 학생들의 인권 의식은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물론 개중에는 현장 부적응 등 개인 자질문제도 없진 않을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이 2019년 2월 말 명예퇴직 신청을 마감한 결과 총 310명이 접수됐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2월 말 명예 퇴직자 수 186명보다 17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전체 퇴직자와 비교해서도 124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명예퇴직은 공ㆍ사립과 초교 및 중ㆍ고교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교육청의 교사 명퇴는 연금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2015년 612명을 정점으로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 188명, 2018년 259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명퇴 신청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다. 교육현장에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 변화와 교권 약화 등으로 인한 교직에 대한 회의감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퇴신청자의 대부분은 소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해당하는 50~60대 연령층으로 고령화에 따른 현장 지도에 어려움 등 우리 사회의 인구 고령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들의 명퇴는 신규교사의 대거 임용으로 교단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20~30년 또는 더 오랜 기간을 학생 가르치는 데 보람을 찾으며 인재 양성에 몸을 바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 명퇴가 건강 또는 가정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교권 추락으로 인한 교직에 대한 회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정년을 1년 남겨두고 이번에 명퇴를 신청한 한 교사는 지난해 불어 닥친 ‘미투’ 바람에 속앓이하다가 사표를 냈다.

또 한 여학교에서는 미투 고발로 전 교직원이 2개월 동안 교육청 감사에 시달리면서 정년이 아직 많이 남은 교사 수 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IMF 이후 한때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회 전반에 구조조정 등으로 조기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나타나는 교단의 이 같은 이유로 인한 명퇴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들의 훈계와 지도가 성희롱 등 미투로 이어져 고발당하는 그러한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 신장도 좋지만 과도한 해석과 오해로 빚어지는 고발 등은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 교단의 명퇴 현상은 병들고 있는 교육현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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