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파워를 가질 것인가

발행일 2019-01-02 20:04: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학 교육이 왜 필요한가? 가끔씩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과 이 어려운 철학적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지금이라도 바로 취업해서 일할 수 있는데 굳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취업만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대학 생활을 통해 얻는 경험은 그 어떤 다른 곳에서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이 네 삶에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어디에 그토록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갖가지 사상과 지식과 문화와 자유를 손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대학 생활을 즐기는 방법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대학 생활의 핵심이 수업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은 그때부터 학생이 아니고 수업을 하는 데 애정이 없는 교수는 진정한 교수가 아니다. 수업은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가르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가 수업 시간에 다루는 주제 중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유통 경로의 구성원 사이에 작용하는 ‘파워’의 종류다. 파워는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상대를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로 모든 사회적 관계에 적용될 수 있으며 그 종류에는 강압적 파워, 보상적 파워, 합법적 파워, 전문적 파워, 준거적 파워가 있다.

강압적 파워는 상대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행사할 수 있는 파워이고 보상적 파워는 상대가 갖고 싶은 것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상대를 지배할 수 있는 파워다.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든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자리로 보낼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이 강압적 파워에 해당할 것이고, 반대로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거나 편하고 좋은 자리로 보내 줄 수 있다면 보상적 파워가 작동할 것이다. 강압적 파워와 보상적 파워는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으며 각종 부정이나 비리와 관련될 가능성 또한 높다.

합법적 파워는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지위로부터 생기는 파워, 혹은 어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계약의 효력에 의해 발생하는 파워다. 사장님이 고용한 직원들이 사장님 말씀을 따르는 이치이고, 국회의원이 정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각종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많은 경우 합법적 파워에는 강압적 파워와 보상적 파워도 저절로 따라온다.

한편 합법적 지위가 부가적으로 가져다주는 파워가 있는데, 바로 파워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맺을 수 있는 관계다. 한번씩 ‘별다른 파워도 없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 집착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자리를 이용해 각종 행사에 참가하고 유력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누구누구와 아는 사이예요”라고 자랑하면서 자신 또한 파워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전문적 파워는 어떤 분야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파워다.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며, 대학을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도 하다. 준거적 파워는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매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파워다. 생각이나 태도, 행동이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을 우러나게 하는 경우로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 개인을 희생하고 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 등 사회의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이 갖는 말과 행동의 힘이다.

합법적 파워는 지위를 잃으면 금방 잃게 되는 파워이지만, 전문적 파워와 준거적 파워는 외부 요인에 의해 결코 상실되지 않는다. ‘파워 블로거’가 되는 것처럼 개인이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지속된다. 그래서 합법적 파워만을 탐하는 사람들보다는 전문적 파워나 준거적 파워를 가진 사람들에게 합법적 파워를 부여하는 사회가 이상적이고 그러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행스럽게도 ‘어떤 파워를 가지고 싶은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문적 파워와 준거적 파워를 답한다. 가끔은 강압적 파워와 보상적 파워를 원한다는 대답도 있다. 합법적 파워를 답하는 학생들은 그보다 조금 더 많다. 파워는 어쨌거나 공인된 힘이므로 나쁜 파워란 없다. 나쁘게 행사하는 파워가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문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대학 교육을 통해 지향해야 할 것은 적어도 전문적 파워와 준거적 파워일 것이다.정인희금오공과대학교기획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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