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가치는 법을 지키는데 있다

발행일 2017-03-12 20:11: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탄핵감인가 하는 의구심 남아그러나 불복은 안 된다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의 태극기 쪽 사람의 심정은 바로 사마천이 절규한 ‘하늘의 도는 있는가 없는가’(天道是也非也)가 아닐까. ‘태극기’가 볼 때는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해오던 잘못이었는데 왜 이번만 탄핵까지 가느냐는 주장이다.

대기업으로부터의 모금의 경우 김대중 정권은 대북송금만 해도 4억여 달러나 되고, 노무현 정권은 삼성그룹의 8천억 원, 이명박 정권은 미소금융 등 2조2천억 원이다.

따라서 이번 정권의 1천억 원은 재계인사의 말처럼 작아서 ‘흔쾌히 냈다’고까지 할 정도다. 블랙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그 잘못이 과연 탄핵감인가 하는 상식이다. 헌재가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판단했다는 KD코퍼레이션의 현대자동차 납품도 그렇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따낸 계약규모는 겨우 10억 원 정도인데다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자신의 변명처럼 중소기업지원 차원서 권유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무능만 아니었으면 통치행위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공직자 윤리법 등을 어긴 것은 맞지만 탄핵 대상으로 삼기에는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인 것 같다.

세 번째는 허위, 과장, 왜곡 등으로 올바른 민심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결과는 그 잘못된 민심을 근거로 사태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26일 자 유력신문 중 한 곳은 1면 톱으로 ‘최순실, 민정수석 추천서도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4년 5월 청와대 내부에선 민정수석으로 곽모 감사위원이 추천됐는데 최씨에게 넘겨진 후 김영한 전 대검강력부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사도 최씨가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기사였다.

따라서 시중에 나도는 ‘우리나라 권력 1순위는 최순실이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시키는 구조다’ 등의 루머는 확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이 기사는 완전히 틀렸다. 김영한 전 수석이 누구였던가? 우리나라의 강직하고 정의로운 검사의 표본이 아니던가. 그는 이름난 그대로 취임 후부터 최씨를 족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오히려 날렸다. 어떻든 박근혜 정부에서는 드물게 인사다운 인사를 한 케이스였다. 최씨가 한 인사가 아니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이를 보면 우리는 ‘권력순위 1위 최순실’이란 루머는 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문화계 일부 등 몇몇 인사에서 최씨의 추천을 들어준 것뿐이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태극기집회서 언론이 두들겨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나 역사를 공부하면 ‘세상이 정의롭게만 풀리는 것은 아니다’는 의미의 사마천의 한탄도 맞지만, 또 ‘역사는 정의의 결과가 아니고 타협의 소산이다’는 경험론도 맞다는 것을 자연 느끼게 된다.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나(我)와 남(彼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에게는 정의가, 남에게는 불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입장에서는 정의나 ‘태극기’의 입장에서는 불의가 될 수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헌재의 결정도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정의일 수도, 불의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불복은 안 된다. 왜냐하면 보수의 가치는 법치주의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태극기’는 보수이므로 법은 지켜야 한다. 보수가 툭하면 100만 인파를 들먹이는 진보좌파를 우습게 보는 것도 그들이 법치주의를 등한시하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진보는 흔히들 말한다. ‘법 위에 민심이 있다’고. 법 위에 민심이 있다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된 이상형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법치를 인치(人治)의 발전한 형태로 학자들은 규정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자연 알 수 있다.

군중이 선(線)을 넘으면 야수로 돌변, 법치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신기자협회장 마이클 브린의 경고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중집회가 법이나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정부, 입법, 사법기관이 대중 정서에 반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번 헌재는 과연 자유로웠는지 ‘태극기’외도 많은 국민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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