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詩를 찾아서』(창작과비평, 2001)
이 시는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밀레니엄 시대를 열 때 발표한 작품이다.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경력만으로도 일반에겐 진보 성향의 인사로 분류되는 분이다. 당시 독재타도와 민주화 같은 타깃이 없어진 뒤 쇠퇴한 저항 정신을 노래한 이 시를 노랫말로 안치환은 음반을 내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저항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좋은 세상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리라. 당장 구악의 청산, 사드, 국정교과서 문제, 최선을 다해 다음 대통령을 뽑는 일 등 앞으로도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어떤 이는 광화문 촛불이 꺼지면 어떡하지 라고 공허감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광장에 나가지 않고서도 정치에 참여하고 시민혁명을 완수할 길은 열려 있으며 또 그래야만 마땅할 것이다.
여기서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기층민중이나 소시민의 입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의 공기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일부 386의 ‘저항’은 밥과 권력이 되기도 했지만,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집권당이 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든지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니겠냐는 식의 무덤덤함이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봤자 평범한 사람의 삶이 표가 나게 달라진 건 없고, 다른 쪽에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칼을 갈았다. 하지만 정치의 지향만큼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어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견주어 응원과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분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참 희한한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물 빠지고 구질구질해 뵈긴 하지만 태극기를 흔들어대며 저항하는 저 사람들의 행태가 눈에 거슬리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다. 중도는 물론 많은 보수 쪽 사람들조차 학을 떼며 등을 돌렸건만, 탄핵이 완성된 이 마당에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일부 박근혜 맹신자들이 있어 안타깝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