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치는 한수원의 깜깜이 홍보

발행일 2017-03-13 20:15:5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강시일

사회 2부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시민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부풀었다. 경주지역의 기업인들이나 언론매체 또한 시너지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한수원 경주 이전 1년을 맞으면서 곳곳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간혹 격앙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한수원이 오면서 최하 100개 이상의 굵직한 관련 기업들이 따라오리라 예상했던 것도 물 건너가는 것 같은 분위기다. 지난해 지역기업들과 상생한다며 1천억 원의 기업운영자금을 지원했던 것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영세기업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한수원 이관섭 사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하고도 100여 일이 지나도록 기업운영방침조차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고 은둔하면서 지역과의 친밀도는 서먹한 거리에서 가까워지지 않고 있다.

한수원 내부 조직도 은근히 바뀌었다. 특히 민원이 많아 홍보업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월성원자력본부에는 홍보팀을 아예 없애버렸다. 월성원전은 한수원의 자회사여서 같은 지역에 한수원이 존재하므로 월성원전에 별도의 홍보팀은 필요 없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9·12지진에 이어 태풍이 경주를 강타하고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 무대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경주를 찾았다. 월성원자력본부의 홍보팀이 없어 한수원이 홍보업무를 담당했지만 국민들에게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는 무리가 따랐다.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의 일이라 인근지역 주민들과의 접촉과 대국민 홍보를 위한 지역 언론매체와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해 불협화음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문화예술을 비롯한 경주지역 사회단체들도 월성원자력과 함께하던 업무가 한수원으로 이관되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수원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낯설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언론매체들의 불만은 노골적이다. 월성1호기를 비롯한 다양한 월성원자력 내부의 민원에 대한 취재가 깊이 있게 진행이 안 되고 있다. 한수원의 홍보2팀이 지역언론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한수원 전체의 업무만 해도 버겁게 추진되는 형편이다. 특히 월성원전의 기술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취재가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한수원은 일반기업들이 홍보에 대한 비중을 크게 높이며 인력과 예산을 늘려가는 추세에 반해 오히려 기구도 축소하고 인력과 예산마저 감축했다. 한수원은 산하의 고리와 한빛, 한울, 영광 등 모든 원자력본부에 설치하고 있는 홍보팀을 월성원전에만 없앴다. 지역주민과 지역언론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재부 지침에 따라 조율했다는 한수원의 설득력 없는 변명에 지역주민과 언론의 눈총이 맵다.

정보의 시대, 소통의 시대에 뒷걸음질 치는 한수원의 깜깜이 홍보전략의 변화와 지역과 함께하는 더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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