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느림의 미학’ 추구할 때

발행일 2017-05-08 19:49:5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현대의 사회를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순간적인 감정과 열정으로 일관하며 끝없이 방황하고 있는 군상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면 무리한 표현일까. 누군가는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며,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누구에겐가 쫓기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은 천천히 살고 싶어도 빨리 만을 추구하는 주위의 시선과 환경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고착화된 현상임을 말해 주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추구하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나 지위, 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떠나 자연에 순응하며 느림과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잠시만의 행복이 아닐까.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ㆍ환경ㆍ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도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발원한 것이다.

이제는 빠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느림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를 회복하고 있는 듯하다. 슬로시티 운동 이외에도 슬로라이프, 슬로푸드, 슬로마케팅….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슬로우 콘셉트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높은 칼로리와 건강과는 동떨어진 음식재료들로 인해 트랜스지방에 찌든 현대인들로부터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는 건강에 좋은 식재료와 낮은 칼로리, 담백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슬로푸드에 대한 회귀는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느림을 추구하는 여러 현상들은 속도 경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푯대 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자, 현대를 사는 우리가 지금껏 얼마나 이런 것들을 애타게 갈구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방증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빠름의 대척점에 서 있는 느림은 빠름이 대세인 이 시대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적 미학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더 자연친화적이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진정 풍요로운 사회가 아닐까.김은경대구 달서구 조암남로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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