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신도청 방문기

발행일 2017-07-03 20:06:1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월요일 아침 북대구IC에 진입해 경북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서안동IC를 빠져나온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학창시절 배운 대로 전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간혹 경북 신도청이 너무 멀리 온 건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다.

80분가량 걸려 도착한 신도청은 그야말로 신세계다. 경북도교육청을 150m 정도 지나서 오른쪽으로 틀면 경북도청을 상징하는 표지석(사람중심)과 함께 잘 단장된 넓은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웅장한 기와지붕의 경북도청과 경북도의회는 회랑으로 연결돼 멋스러움을 더하고 복지시설이 들어선 홍익관 옆에는 못(원당지)이 운치를 더한다. 이 못 주변은 도청 앞 천년숲, 뒤편 검무산과 함께 직원들과 주민들의 좋은 휴식처이자 체력 단련 장소로 손색이 없다.

도청 본관(안민관)은 전체가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라 해도 손색이 없다. 1층 로비 초정 권창륜 선생의 서예 작품(경북은 한국정신의 窓)이 한국 정신의 중심이 경북임을 일깨운다. 경주에 둥지를 튼 박대성의 수묵화(불국사 전경), 문경 천한봉 선생의 달항아리도 감상할 수 있다. 로비 좌우 전시공간은 달마다 전시내용이 바뀌고 중앙에는 경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해 결실은 맺은 삼국유사 목판 사업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조만간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로 탈바꿈한다. 기증작품 19점 등 모두 70점이 곳곳에서 심미안을 갖게 한다.

1층 서편에는 하루 세끼 식사를 책임지는 구내식당이 있고 식당 입구에는 낱개로 포장된 ‘명품사과’ 자판기가 있다. 이름에 걸맞게 잘 냉장된 사과는 아주 맛있다. 식당 옆에는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게 하는 세련된 북카페가 있다. 도청 민원인, 먼 길을 달려온 경북도교육청을 방문한 교육공무원들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기자간담회 장소로 이곳을 애용한다. 개청(2016년 3월10일) 이후 이곳 신도청을 찾은 방문객은 현재 86만 명. 전통 한옥구조인 건축물의 웅장함과 하회마을의 경쟁력이 도청으로 발길을 잇게 하고 있다. 해설사의 마이크 소리를 듣는 것도 하루 일과다.

‘주중 신도청(안동ㆍ예천), 주말 대구’ 생활을 한 지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낯선 공기와 물에도 적응됐는지 ‘월요병’도 멀어지고 이제는 저녁 겸 산책 장소도 병산서원, 하회마을로 점점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풍경을 여고 동창 밴드에 올렸더니 “헐~우리는 큰 맘 먹고 주말 갈 수 있는 곳이 저녁 산책코스라니…”라며 부럽다는 댓글이 달린다.

이런 여유도 눈에 띄는 도정 덕분인 듯하다. 경북도는 ‘매우 빠르게 매우 지나치게’라는 방역 기조로 올 들어 두 번이나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를 막아내고 있다. ‘과실전문생산단지 기반조성사업’ 등 체계적인 선제 대응으로 가뭄도 극복하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녹록지 않은 정치적 변화에도 대응이 빠르다. 새 정부 출범 일주일도 안돼 대토론회를 개최해 도정의 주요 과제를 국정과제로 접목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나섰다. 경북도 출자ㆍ출연기관의 ‘주4일제 근무’ 발표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 1호로 천명한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꿰뚫은 것이다. 이는 청년복지카드,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치매돌봄농장 등 그동안 도가 일자리 문제에 얼마나 천착해 왔는가를 확인케 한다.

문제는 ‘새 정부의 탈원전’ 대응이다. 전국 원전의 절반(12기)을 안고 있는 경북이다. 2030년 설계수명을 다하는 원전(12기) 중 절반도 경북에 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소식도 들린다. 엊그제 경주를 방문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조성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은 잘한 일이다. 비록 김 장관이 에너지정책 주무 장관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역에서 새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네트워크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더불어민주당의 대구ㆍ경북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도 참석한다고 한다. 새 정부가 출발한 지 두 달이 되는 이날, 지역 주요 현안들이 정부 여당에 제대로 각인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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