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새 마음의 눈으로 이정우

발행일 2018-01-01 18:51: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새해 새 아침에

우리는 그 길을 새로이 가리라

세상에 뜻 아닌 것이 없고,

새롭게 보면

새 소식(消息)이 아닌 게 없으리라

세상에 새 것만이 있는 게 아니라

새 눈으로 보면 낡은 것도 새 것이 되리라

새해엔 새 눈으로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새 마음의 눈[心眼]으로 다시 보리라

새 마음 새 뜻으로

너와 내가 소통(疏通)하리니,

우린 서로에게 새 소식이 되리라

새해에 새 길을 나서며

새롭고 뜻있는 사람이 되리니,

새해에는 더욱 서로 사랑하리라.

.

몇 년 전 새해를 며칠 앞두고 대구가톨릭 문우들의 모임에서 지도신부인 이정우 신부님이 귀하게 들려주신 신년시이다. 이정우 신부님은 사제이기 이전에 시인이셨다. 어쩌면 시인의 촉촉한 감성을 팔자로 타고난 분이 아니었을까. 뜰에 내리는 비(庭雨)라니, 이토록 아름답고 시적인 이름은 요즘 시대에도 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시대에 ‘신의 성스러운 사제’ ‘신과 인간의 중간자’로서의 사명과 소명으로 시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새해를 맞이한 우리에게 길을 밝히고 희망을 주시는 말씀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빛난다. 그 가운데서도 역시 핵심어는 ‘사랑’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추억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계속 촛불을 밝히리라.

우리는 흔히 ‘시간이 흘러간다’라고 하지만 정작 움직이고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지구 스스로 365번 자전하는 시간과 맞먹는 우주현상을 두고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새해를 맞이했다는 의미는 어느 한 기점에서 출발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고 새롭게 공전을 위해 출발했다는 의미다. 새해를 인식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며 범우주적인 마음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한 여인을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파울로 코엘료는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을 실현시키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런 새해에 우리는 새로이 길을 가고 새로운 뜻을 세우고 새 소식을 듣고자 함은 살아있는 자의 축복이다. ‘새 눈으로 보면 낡은 것도 새 것이 되리라’는 믿음은 엄청난 각성이고 발견이다.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새 마음의 눈으로 다시 보리라’는 각오만으로 이미 절반쯤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리라. 김종길 시인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를 맞으며 긍정의 지혜를 갖자고 했다. ‘새해 첫날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모든 게 환해지리라. ‘우린 서로에게 새 소식이 되리라.’ 그리하여 날마다 좋은 날이 되리라. ‘새해에는 더욱 서로 사랑하리라.’ Happy New Year!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