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한 열정의 재점화

발행일 2017-03-08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미는 혁신·변화를 대표하는 곳문화예술과 어울리지 않는다?예술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에너지”



올해 우리나라 산업계는 변곡점에 서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한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에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IoT(사물인터넷), 드론(무인항공기), 가상현실, 증강현실, 3D 프린팅 등이 차세대 유망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핏 보면 이런 최첨단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주도하는 추진 동력으로 여겨진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예술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으로 ‘인간의 지성, 정서, 영혼, 몸’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간이 지닌 본질적 특성인 예술의 영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화가, 조각가 등 예술인을 손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속성장하는 기업 역시 예술적 역량을 갖추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성장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성찰하는 철학적 사유는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바로 예술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봄의 길목에서 구미산업단지의 성공신화와 열정의 재점화를 염원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Begin Again_열정의 재점화’라는 주제로 오는 14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한국화가협동조합의 찾아가는 미술 전시회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구미시민과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필자는 이번 전시회가 구미산업단지 기업인과 시민들이 훌륭한 미술 작품을 가까이하면서 고급 문화예술을 누리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감성을 발견하는 유익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구미 시민과 기업인들에게 예술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사유를 불러일으켜 구미의 열정을 재점화 하는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재신, 송승호, 신동권, 연상록, 오관진, 이경성, 이형우, 장필교, 조광기, 탁노, 함섭, 황미정 등 화가협동조합 작가 12명과 구미 출신의 황혜성 작가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거나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들이다. 또한 화가뿐 아니라 김판삼, 이봉식 등 조각가들도 참여해 회화와 다양한 조각작품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예술의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첨단 산업을 선도하는 구미시는 혁신과 변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혁신’, ‘변화’라는 단어는 언뜻 들었을 때는 문화예술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예술은 열정에 불을 붙이고,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그 소프트 파워는 어떤 교육보다 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술가 그룹과 IT기업과의 협업이 도구는 다르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술과 기술이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상상력이 있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창의력도 생긴다. 이번 전시회가 구미 시민들과 기업인들의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과 사유를 불러일으키게 할 것으로 믿는 이유이다.

“경영과 예술이 결합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가 없다는 게 평소의 소신이다”고 말해온 한국화가협동조합의 황의록 이사장은 대학 강단에서 마케팅을 가르쳐온 원로교수다. 그가 사재를 털어 갤러리를 운영하며 화가협동조합을 만든 것은‘그림에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철학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의 샘으로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이번 전시회가 구미의 문화예술과 산업발전에 새로운 변곡점을 찾는 마중물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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