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발행일 2017-04-03 19:46: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영남에 지지기반을 둔 정당과호남서 국회의원 많이 둔 정당이 분권을 연결고리로 손 잡아야”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가 확정되었다. 모두 끝까지 완주할 것인지, 합종연횡을 거쳐 양강구도로 갈 것인지 의문이다. 어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 5ㆍ9 대선은 특히 더 중차대한 선거다. 탄핵 여파로 거리에선 아직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시시각각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사활이 걸려 있는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차대한 선거라 함은 극심한 분란을 종결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유능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선거라는 뜻이다.

현재 상황을 상수로 본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주어진 상황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면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을 피할 수 없다. 다음 대통령은 불행한 결말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이 사사건건 범야권에 발목 잡히고, 장관 하나 시원하게 임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관직이나 공공기관 인사로 논공행상을 하고, 인사권을 무기 삼아 권력기관을 틀어쥔 채, 말 안 듣는 정치인이나 공직자, 기업인을 괴롭히다가, 종국엔 탄핵받고 감옥 갈 상황이 훤히 보인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을 국민이 걱정이다. 지금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그때 조용히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최악의 경우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전쟁이 발발하여 엄청난 피해를 보거나 한반도가 적화될 개연성도 전혀 없지 않다.

현재 상황을 타개할 괄목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분권도 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다. 지방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 유출 인구 대부분이 2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지방소멸 위기감은 갈수록 절박하다. 대구든 광주든 오십보백보다. 지방소멸을 막는 처방이 화급하다. 중앙집권제는 교통ㆍ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왕조시대의 철 지난 유물이다. 왕이 국가의 주인이던 시대에 중앙집권은 유효한 통치시스템이었다. 비록 부작용이 많았지만 통제하기 편했고, 왕권강화 이외의 다른 가치는 모두 종속적이었다. 지금은 국민 개개인이 주인인 시대에 살고 있고, 어디에 살든지 방송통신, 스마트폰 등으로 누구와도 즉각 소통할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이 어디에 살든지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고, 국민은 어디에 살든지 각종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다. 논리적으로 굳이 서울에 몰려 살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론 정치, 행정,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의 핵심 기관이 예전부터 서울에 집적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명문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선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 서울 집중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분권이 연결고리이고,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방자치시스템이 자연스런 귀결이다. 지방이 잘 살면 중앙정부도 강해진다. 강력한 중앙정부와 실질적 분권은 같은 뿌리다.

정치권은 분권을 연결고리로 합종연횡할 필요가 있다. 보수정당의 합종과 영호남의 연횡이 그것이다. 보수를 통합한 후, 영남에 지지기반을 둔 정당과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많이 둔 정당이 분권을 연결고리로 손을 잡아야 한다. 지방의 공멸을 막아야 한다. 지방분권은 지역의 자존감을 높이고, 국토의 균형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한다. 제대로 권한이 주어진 지방정부라야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과 전략으로 국제경쟁력을 갖는 법이다. 대권과 더불어 국회 다수의석을 확보하여야만 정국안정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합종연횡은 유효하다. 생존전략의 첫걸음은 단합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살아남는 방법은 존재한다. 다만 그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을 뿐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있었고, 병자호란 땐 임진왜란에서 깨우친 지혜가 담긴 류성룡의 징비록이 있었으며, 일제에 나라를 강탈당하기 전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선각자의 부국강병책이 존재했다. 다만, 집권자가 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우리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 앞에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고, 그걸 보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오철환대구시의회경제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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