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궤멸의 가능성 있다

발행일 2017-11-26 19:41: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적소멸로 이룬 ‘영구집권’



보수궤멸론이 심상치 않게 정가는 물론 카톡 등 SNS 상에도 떠돌고 있다. 탄핵 후유증으로 시들어 버린 보수가 물을 찾아가기는커녕 여러 정파로 갈라져 자기들끼리의 치고받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보수ㆍ우파의 대표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우파궤멸을 목표로 적폐청산이란 이름의 숙청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당차원에서 공식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ㆍ우파가 없는 진보ㆍ좌파만의 세상은 가능할까. 역사적으로 보면 가능했었다.

조선시대 노론이 그랬다. 사실 조선은 노론의 세상이었다. 그들의 집권기간이 자그마치 250년이다. 중간에 남인 집권기간인 10여 년을 빼고도 그렇다. 사실상 ‘영구집권’이다.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오랜 기간 집권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설(說)이 있지만 아무래도 철저한 남인 소탕(?)이 먼저가 아닐까. 정여립모반사건, 인조반정, 이인좌의 난 등은 하나의 정파(남인계열)가 완전 소멸되는 화를 당한다.

정여립은 동인(남인의 전신)이었다. 서인인 정철이 조사를 맡으면서 1천여 선비가 죽었다고 한다. 당시 인구를 감안하면 굉장한 수치이다. 그리고 모반은 사실상 조작이었다는 주장이 학계의 공감을 크게 얻고 있다. 동인의 반이 날아간 셈이다.

인조반정은 쿠데타였으니 당연히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북인(동인의 한 분파)은 날아갈 수밖에. 그래서 이제 동인은 그 절반인 남인만 남게 된다. 이인좌의 난은 서인의 한 분파인 소론이 주도했고 남인은 거들기만 했다. 그런데도 영조는 남인에게 모질게 보복을 한다. 이후 경상도 남인은 재기하지 못했다. 그 외도 사화, 환국, 옥사 등을 거치면서 남인은 처절하게 권력에서 밀려난다.

그 결과 최후의 승자는 서인의 한파인 노론이 된다. 당연한 귀결로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로드 액튼경). 그것은 대원군시절 정부종합청사인 경복궁 하나 짓고는 나라 경제가 휘청했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노론의 권력이 얼마나 부패했나를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노론은 공론(公論)정치로 여론과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잡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쟁이 심화되면서 공론이 당론으로 바뀌면서 타락의 길로 들어선다. 그 예의 하나가 여론독재인 사문난적(斯文亂賊-공자만 옳다는 의미)이라는 현상이다. 성리학을 국학으로 받듦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다양성이 부족했던 조선을 이 하나로 다른 학문의 발전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그만큼 국력의 쇠퇴를 가져왔다. 절대권력이 저지른 역사적 죄악이다.

그 결과 병자호란 등 국가적 환란도 겪게 되었다. 재조지은(再造之恩-명나라은혜)과 폐모살제(廢母殺弟)라는 의리론과 명분론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다. 나라보다 명분이 우선이었다. 실제로는 국가보다 정권탈취가 우선이었던 것이었다. 공론정치의 폐해이다.

그러나 사색당쟁이 준 교훈도 있다. 그것은 붕당정치 세력의 힘이 균형을 이룰 때 민란과 봉기가 거의 없었다는 연구결과이다. 이는 바로 보수ㆍ우파 없는 민주주의는 건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진보 측이 내세우는 ‘100년 집권계획’ 등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말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적폐청산은 5년 가지고는 안 된다’거나 이해찬 공동선대위장 말한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몇 번 집권해야죠? 저 극우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합니다. 철저하게 궤멸시켜야 한다. 쭉 장기집권해야 한다’는 등은 그저 해보는 말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이 흐름을 보고 아마도 보수ㆍ우파 측은 지금의 적폐청산이니 광장민주주의니 숙의민주주의니 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정의실현이나 공론정치와 그 의도가 같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보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가져야 함에도 아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보수가 무너질까 봐 태극기 흔들었다는 국민의 소리가 아직은 생생한 것을 보면 아직은 보수정치인만 정신 차리면 회생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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