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에 대한 기대와 우려

발행일 2018-04-29 19:45: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전쟁없는 평화의 시대도 공짜는 아니다핵 가진 채 개방하는 중국모델 택할 수도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에는 평화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짐으로써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들떠 있다. 그러나 25년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던 합의처럼 이번에도 또 지켜지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특히 제1의 핵심과제였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명확한 답이 들어 있지도 않다. 물론 5월 중에 있을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되겠지’하는 기대는 남았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대부분 정치인이 낙관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모든 위대한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세계지도자들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망나니 같은 독재자임을 다 안다. 그리고 착해서가 아니고 대북제재를 견디다 못해 나온 것도 알고, 공산주의자들은 툭하면 합의를 깨는 전통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또한 전문가그룹에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북한 김 위원장에 대해 찬사 일변도다. 그것은 아마도 일단 김정은을 ‘착한 아이의 틀’에 묶어놓음으로써 여론에 밀려 착한 아이가 될지도 모르는 ‘혹시나’ 하는 의도일 것이다. 물론 걸려들 가능성은 작지만. 또 김정은은 모처럼 얻은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확인될 때까지 가장 아픈 경제적 제재를 포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달리 다른 길도 없다.

비관론자들의 논리도 그럴싸하다. 우선 미국언론인인 CNN 기자의 증언이 그렇다.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를 본 적이 없다”였다. 하긴 김정은을 착한 아이의 틀로 씌우려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끝말에 “그러나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약간의 우려를 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며칠 전 북한은 풍계리핵실험장 폐기 및 미사일 시험중단 발표를 하면서 비핵화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대북전문가들은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그것은 핵보유국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핵을 가지고 있어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이전하지도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장난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이번 판문점선언 역시 그렇다. 가장 중요하다고 선언했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더욱 찝찝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란 말이다. 이미 일반화된 말이긴 하지만 태영호 전주영(駐英) 북한공사가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에 상시배치를 넘어 미국의 핵우산제공을 전제로 하는 한미, 미일 동맹도 영향을 받는 표현”이라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과거 김일성 주석도 1987년 전 세계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요즘도 북한 외무성은 “한반도 비핵화는 전 세계의 비핵화가 있을 때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북한식으로 판문점선언을 해석하면 ‘전 세계 비핵화가 불가능하듯 북한의 비핵화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렇게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 핵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둘 사이에 절충점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핵만 용인을 받고 그 대신 대외개방이나 장거리미사일을 포기하는 등의 타협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과거핵이든 미래핵이든 북핵이 존재하는 한 아무것도 얻는 것 없는 것 같은 ‘처량한’ 신세가 된다.

여기에다 판문점선언에 따라 우리는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을 하게 돼 있다. 당연히 미군철수 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화협정이 바로 유엔사의 자동해체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법률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은 법해석과는 관계없이 과거 하던 대로 ‘전쟁이 끝났는데 왜…’하는 이의를 제기할 것 같다. 미군 주둔은 우리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도 바로 “주한미군 주둔문제가 향후 협상의 의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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