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통신] 소탐대실

발행일 2018-12-27 20:02:2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골프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지 3년자꾸만 욕심이 생겨 무리한 탓일까한 달 내내 다리 치료를 받는 중이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의 사자성어를 찾다 보니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만났다. 우리가 이미 많이 듣고 알고 있는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의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많은 것들과 마주하게 되고 경험하면서 서로 맞닥뜨리고 부딪치면서 상처도 주고받으며 세상을 아니, 사람을 더욱 알게 되고 관계의 폭과 깊이를 재어보며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보편화된 세상의 잣대로는 잴 수 없는 것이 때로는 사람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제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내게 잘해주면 제일 좋은 사람이 아니던가.

11월 한 달을 고스란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바로 욕심이 과해 화를 부른 격이 되고 말았다. 스토우 에이커스 컨트리 클럽(stow acres Country Club)은 우리 집에서 45분을 운전하고 가야 만나는 곳에 있다. 막내 녀석을 대학 기숙사에 내려놓고 와 시작한 것이 골프였다. 막내 녀석 하이스쿨 때 몇 번 필드에 나가보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그 자리에서 접고 말았다. 그리고 막내 녀석이 대학교에 입학하고 골프를 시작하니 내 마음도 편했을뿐더러 남편의 후원도 넉넉해서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0년이 다 되었다.

말이 10년이지 제대로 골프를 시작한 것은 3여 년 전 스토우 에이커스 클럽에 멤버십을 들고서 시간을 내었던 것이다. 그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남편과 남편 친구들과의 그룹에 여자 썸 하나 정도 잡히면 함께 가고 그렇지 않으면 말고 했던 것이니 골프를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찌 됐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이야기가 있듯이 2015년도에는 평생에 한 번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멤버십을 들어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가 2018년 올해는 한국과 더불어 여행 일정이 여럿 잡혀 있어 멤버십을 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올봄에 한국을 다녀오고 스토우 에이커스 골프클럽에 골프를 하러 갈 때마다 따로 페이를 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뉴잉글랜드 지역에 단풍이 하나둘 들쯤에 더욱 골프가 재미가 있어졌다. 내 경우는 글을 쓰고 사진을 하니 행사에 맞춰 움직이는 일정이 많은 편이기에 이유 아닌 이유로 골프에 올인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니 골프 실력은 늘 꼴찌에 머물렀다. 그냥 재밌어서 따라다니는 식의 골프는 골프 예절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팀의 일원이 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이곳 스토우 에이커 골프클럽 한인 여성 멤버들의 매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스토우 에이커스 컨트리 클럽에 모인 한인 여성 골퍼들은 약 25여 명 정도가 된다. 자녀들을 다 키워놓고 비즈니스도 돕고 이른 아침 자연과 마주하며 건강도 챙기고 취미도 되고 서로 간의 소통과 함께 삶의 지혜와 생활의 아이디어도 나누는 유익한 모임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토너먼트’와 ‘친선게임’을 통해 서로의 실력도 체크하고 다져보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아마추어 골프’의 모임인 것이다. 나는 2015년부터 함께 참여했으니 벌써 햇수로 4년 차가 되었다. 첫 모임을 시작한 지 6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골프가 이제는 서로에게 정이 쌓여가는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경조사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끈끈한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1일부터 2019년 멤버십이 시작되어 추운 날 이른 아침부터 무리한 탓일까, 한 달째 오른쪽 다리에 무리가 와 테라피를 받고 있다. 이제 많이 나아가고 있는데 욕심은 쉬이 버려지지 않으니 어쩔꼬!


신영재미 시인칼럼니스트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