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김부겸

발행일 2017-01-1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두 사람 다 지역대표 정치리더에서 국가를 경영할 지도자로 서는 것이개인도 살고 지역도 사는 길이 될 것”



촛불민심이 대통령탄핵으로 이어지고 그 파장은 새누리당의 분당, 당내 인적청산으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대구경북민에게 새누리당은 사실 ‘우리당’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면 이전 한나라당부터 최근 새누리당까지 이 당 출신 후보들이 전 의석을 거의 싹쓸이했고, 유권자들도 개인보단 당을 보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당 깃발만 꽂으면 누가 나와도 된다고 할까.

그런데 최근 새누리당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지역의 중량급 정치인 유승민, 주호영 의원이 탈당했고, 인적청산 과정에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TK 맹주 역할을 한 최경환 의원이 주적이다시피 돼 탈당, 심하게는 정계은퇴 요구까지 받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혹시라도 TK정치인들의 몰락으로 이어질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보고 있지만 내놓고 반대하기에는 여론 눈치가 보이는 듯하다.

대통령 탄핵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 나올 것이고, 이제 국면은 차기 대권에 온통 관심이 쏠린 형국이다. 주활동 무대가 어디였든 지역에서는 이명박, 박근혜는 TK가 만든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때문에 청와대 권력과의 연결고리가 대구경북에 그동안 여러 혜택을 주었고, 그 연결고리가 결코 끊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설득력(?)을 가진 듯하다.

최근 차세대 지역 리더에 대한 대구경북민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1위,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유승민 의원이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부겸 의원이 1위를 한 것을 두고 지역의 호사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TK에서 새누리당의 독주가 무너졌고, 지역민들의 정당선택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다.

경북고, 서울대를 졸업한 김부겸은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수도권에서 세 번이나 금배지를 달고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 대구에 내려와 민주당 소속이라는 불리함 속에서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해 실패했음에도, 2016년 20대 총선에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현재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그에 대해, 지역주의에 과감히 맞선 용기와 미래지향적 정치철학을 강점으로 꼽는다. 선거공보물에 휴대전화 번호를 써놓는가 하면, 거리마다 달리 내건 골목공약, 아파트 벽을 보며 펼친 골목유세는 지역유권자에게는 새 바람이었다.

유승민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포스트 박근혜의 재목으로 꼽혔다. 그런 그가 박근혜와의 악연으로 대선주자로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점은 아이러니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원내대표 시절 국회연설은 그를 대통령의 눈 밖으로 밀어냈고 공천탈락과 탈당 과정에서는 헌법 1조 1항, 2항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심기를 건드렸다.

금수저 출신의 2세 정치인으로, 아버지 후광을 입어 비교적 수월하게 정치판에 안착했다고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그는 현재 TK출신으로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그의 얘기는 그를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시국은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시간은 가고 우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돼 있다. 탁월한 정치지도자는 국가발전은 물론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지역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 있겠지만 당장 유력 후보로 부상한 두 사람을 우린 눈여겨볼 것이다. 복잡한 정치판의 셈법을 떠나, 일단 박근혜처럼만 하지 않으면 되고 최경환처럼만 처신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지 않고, 정치행위의 판단기준이 항상 국민임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이 그러함을 국민이 느낄 수 있게 한다면 더욱 좋겠다. 두 사람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리더에서 국가를 경영할 지도자로 서는 것이 개인도 살고 지역도 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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