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안 유감

발행일 2018-07-11 19:45: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시민참여단 결정, 동의않는 시민 많아제도 개편만으로 교육문제 해결 안돼 지향점 제시로 국민 공감부터 얻어야”



지난달 초 서울의 어느 라디오 방송과 현재 중3에게 적용될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관련 인터뷰를 했다. 전국에 나가는 생방송이었다. 앵커가 “이렇게 여러 가지 안이 나오고 있는데 현 중3과 학부모님들은 지금 어떻게 대비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예? 중3 학생이 지금 어떻게 대입전략을 세워야 하느냐고요? 고1은 현행대로 입시가 진행되니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중3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오는 8월에 확정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무대책, 무반응이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생방송이라 앵커가 좀 당황한 듯 “무대책, 무반응이라고요? 무슨 말씀인지요?”라고 물었다. “그냥 지켜보자는 말입니다. 우리 교육은 100년 대계는 고사하고 10년 대계, 아니 1년 대계도 안 됩니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데, 공론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슨 대책을 세우겠습니까? 그러니 발표가 있을 때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앵커가 공감하며 그래도 중3 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더 해달라고 했다. “이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실력 있는 학생이 손해 보는 제도는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부모님 세대 때처럼 예ㆍ복습 열심히 하며 수업에 충실하고, 다가오는 기말시험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대입제도를 개인이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없잖아요. 국가가 결정하면 거기에 맞추어 준비해야 하니 미리 앞당겨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학생과 학부님들이 처한 슬픈 현실입니다.” 방송이 끝나고 기자가 전화를 했다. ‘현재로서는 무반응, 무대책’이라는 말씀 정말 명언입니다. 기자는 “우리가 왜 진작 이 말을 하지 못했을까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날 저녁 인터넷 포털에 ‘지금 중3은, 무대책 무반응으로 그저 지켜보는 게 최선’이란 타이틀로 인터뷰 기사가 올라 나도 씁쓸하게 웃었다.

최근에 ‘무대책, 무반응이 최고’라고 했던 말을 철회해야 할 일이 생겼다. 헌법재판소가 자립형사립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3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에 지원해도 2개 이상의 일반고에 같이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대입에서 좀 더 유리할 것이냐는 물음이 빗발치고 있다. 무작정 기다려 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느 쪽이 더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어렵다. 최소한 대입개편안이 확정되는 8월 말까지는 기다려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입개편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고교진학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는 대입제도 공론화 의제로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 위주 전형, 수시, 정시 비율,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수능 전형과 학생부 전형 비율, 수능의 상대평가 절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 등을 조합한 공론화 의제 4가지를 제시했다. 4개 권역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연 후, 수렴된 의견은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에 숙의 자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시된 4가지 안에 대한 전체 국민의 여론은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400여 명의 시민참여단이 최종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차라리 광역시 이상과 기타지역으로 나눠 몇 차례 여론조사를 한 후 최종안을 조정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해당 연도 학생과 학부모는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한다. 일반 국민도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를 시민참여단 숙의로 결정한다는 것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참여단의 중립성과 성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제도 개편으로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목표, 미래 비전을 먼저 제시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주객이 전도된 대입제도개편안은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도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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