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국방 개혁은 국민 신뢰에서

발행일 2018-08-09 19:35: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나라 시끄러워 군이 나서겠다니 재판중인 방산비리 사건 1조 원대 국방개혁에 국가의 존망 달렸다



결국 기무사는 이석구 사령관이 경질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계엄을 대비한데다 그 보고채널을 놓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부장관과 하극상 논쟁을 벌였으니 기강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인의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이래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기무사가 계엄을 대비했다는 문건이 폭로됐다. 물론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고 국민들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던 2017년 촛불정국 당시 있었다는 거다.

문건에는 청와대와 광화문을 비롯한 주요기관에 기보사단과 공수여단을 전개시키고 광역자치단체에도 병력을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언론사에는 보도검열단을 파견해 보도를 검열하고 국회에는 계엄해제요구를 의결하지 못하도록 정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나라가 시끄러우니, 이러다가 또 국내 혼란을 틈탄 북한이 모험을 강행한다면 그야말로 국민들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누가 구해 낼 것인가. 군이 그냥 있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단순 과격한 발상에서 이런 무모한 계획을 수립하고 천연덕스럽게 대처했던 것일까.

군이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기 전의 냉전시대식 사고라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공서 출입 취재 현장에서 국정원 직원도 만났고 보안사 요원도 만났다. 근무처도 직위도 직책도 없이 그냥 이름 석 자만 박혀 있는 명함을 받아본 적도 있다. 그 시절에는 그래도 괜찮은 줄로 알았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들이 바로 민간인과 공무원 사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그들 기관은 국정원과 기무사로 바뀌었고 그러고도 여전히 촛불 집회와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정치적인 사건에 개입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흑역사를 바꾸기 위한 국방 개혁이 기무사 계엄문건 폭로로 힘을 얻게 됐다.

국방부가 군 개혁안을 발표했다. 현재 436명인 장군 수를 2022년까지 76명 줄여 360명으로 조정하고 사병의 복무기간을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체 병력은 현재 61만8천 명에서 50만 명으로 감축하며 육해공군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군 개혁이라고? 방산 비리부터 척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식당에서 삼겹살을 뒤집는데 군 개혁 관련 뉴스가 나왔고 마침 일단의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뉴스를 보고는 내뱉는 첫마디가 군 비리 척결이었다. 1953년 이래 65년째 아직도 우리는 휴전 상태, 그런데도 군인들이 적을 코앞에 두고도 전투장비를 둘러싸고 비리가 횡행하고 군수장비를 빼돌리고 그리고는 툭 하면 북의 침입을 들먹였으니 군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1천억 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를 도입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부당이익 500여억 원을 챙긴 납품사기 사건. 한국항공우주산업 간부들이 항공기 장비 원가를 부풀려 차익을 챙긴 사기사건. 해군 간부의 해상작전헬기 사업비리. 보병용 대전차 유도 무기인 현궁 납품 비리 사건 등 기소돼 재판중인 방산비리 사건만도 1조 원대를 넘는다.

그래서 더욱 아까운 목숨이었다. 최근 포항 해병 1사단의 헬기 추락 사고로 5명의 장병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것은 가정의 비극이자 국가적 손실이다.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정비를 마치고 정비 상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을 하던 중 헬기가 추락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6년 1월 개발을 완료한 수리온을 해병대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비행과 임무수행능력 등을 평가 시험해 해병대가 대거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루빨리 사고 원인을 밝혀내 유족들의 울분이 국민적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방 개혁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국민들의 신뢰 없이는 국방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점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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