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경제

“창업 후 생존율 낮은 우리나라고성장 ‘스케일업 기업’이 주목역동성있는 ‘스케일업 경제’ 필요”

2017.01.11

박진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장


최근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창출 기본단위가 기업이라는 시각에서 어떤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동안 많은 연구는 창업-성장-성숙-쇠퇴로 이어지는 기업생태계에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을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
그러나 창업 기업의 일자리 창출 성과가 신통치 않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케일업(scale-up) 기업, 즉 젊은 고성장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고성장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고성장기업의 정의는 다양하다.
OECD는 ‘고성장기업’을 관찰 첫 연도에 종업원 수가 10명을 넘고 종업원 수 또는 매출액 증가율이 3년 평균 20%를 웃도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데이비드 버치는 1994년에 고성장기업을 빠르게 달리는 영양인 ‘가젤’에 비유하고 최근 4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산업 평균보다 2배 이상인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고성장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스케일업에 대한 관심이 부상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수 고성장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창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정작 창업 기업들은 생존율이 낮아 고용창출 기여도가 낮다.
유럽연합은 고성장기업이 평균 기업보다 더 높은 생산성과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낳는 경향이 있으며, 고성장기업 수를 늘리면 미국의 70%에 불과한 유럽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창업 기업 수가 증가한다고 고성장기업 수도 반드시 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둘째, 고성장기업들은 시장 및 여타 기업에서 자원을 가져다 쓰고, 인력을 채용하며 기업 및 산업간 자원이동을 촉진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한다.
영국, 핀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고성장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왔다.

셋째, 시장실패와 공공재 생산 편익은 스케일업에 대한 정책지원을 정당화한다.
젊은 기업은 일자리 창출, 혁신 및 경제활력과 같은 경제적ㆍ사회적 편익의 중요한 원천이지만 자원 접근 및 동원과 함께 생존에 직면해서 많은 애를 먹는다.
이 경우 ‘계속기업’으로서 생존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공공 후원’이라 하며, 내적 자원 부족 및 외적 자원 의존에서 발생하는 불리한 환경변화로부터 젊은 기업을 보호하는 ‘버퍼링’과 젊은 기업을 중요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연계시키는 ‘브리징’으로 대별된다.

넷째, 스케일업 기업 육성은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가능케 한다.
스케일업 기업이 여타 기업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다수 청년들이 창업보다는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케일업 정책 시행에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 고성장기업의 선별(picking winners)이 어렵고, 한정된 자원 하에서 특정 기업들에 대한 정부지원이 의도치 않게 여타 정책수단의 활용을 배제할 수 있다.

둘째, 고성장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측정시점에 따라 기업성장이 달라질 수 있어 지원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고성장기업 지원 정책은 4차 산업혁명 도래 등으로 포용적 성장에 관심이 높아지는 데다 창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잘 나가는 기업을 더 밀어주자는 주장은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스케일업을 강조하는 것은 창업의 중요성을 부인하기 때문이 아니다.
창업이 없으면 스케일업도 없다.
그러나 스케일업을 강조하는 근본 이유는 ‘계속기업’으로서 기업의 목적은 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41%로 선진국(50~60%)보다 크게 낮다.
생계형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주요산업들은 성숙기ㆍ쇠퇴기에 접어들어 해당 산업의 업체들이 혁신을 통한 시장창출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전략위주로 경영함에 따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존 기업들이 성장의 사다리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성과 혁신력을 높이는 스케일업 경제가 필요하다.
박진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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