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귀순병이 던진 문제점들

발행일 2017-11-19 20:57:4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 땅인데 낮은 포복했다니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판문점 귀순병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사건과 관련 “우리를 조준해 사격한 게 아니라 해도 아(我) 측으로 몇 발의 총알이 넘어왔다면 우리도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서 “교전수칙을 좀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미 있는 운을 뗐다. 왜 우리 초병들이 경고사격이라도 하지 않았는지 온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암시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유엔사 교전수칙 때문에 경고사격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갑작스런 총격에 놀라 어영부영하다 경고사격 하는 것을 놓쳤는지 국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엔사 교전수칙에 경고사격도 못하게 돼 있다면 왜 JSA(공동경비구역)경비를 전적으로 유엔군이 책임지고 있었던 1984년 소련인 망명 사건 때는 총격전이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JSA경비 업무가 한국군으로 이전된 것은 2004년)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은 유엔사 교전수칙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회의원도 모른다. 왜냐하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교전수칙’의 내용을 물어도 합참 관계자는 “공개된 자리에서는 답변을 삼가겠다”며 함구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이다. 교전규칙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다만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대통령은 “현장에서 초병들이 조치를 잘했다는 유엔군사령부의 평가가 있었고”라고 자찬했고, 송영무 국방장관은 “사격이 계속됐다면 더 크게 상황이 번졌을 텐데 그런 걸 막아가면서 상황을 판단한 것은 초병으로선 잘한 일”이라고 황당한 칭찬을 했다. 결국 ‘경고사격 안 한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이는 바로 대통령이 말한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과도 다르다.

물론 유엔사 교전수칙 ‘수정’은 정치적ㆍ군사적 문제이다. 정부가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유엔사 교전수칙이 어떻다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왜 응사하지 않았는지 정확히 아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안보의 건강성이라고나 할까. 또 교전수칙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못 알아들을 국민도 아니지 않은가.

또 북한군에 대한 경고사격 문제도 그렇다. 그동안의 발표를 보면 북한군의 사격 시간은 길어야 1분이다. 왜냐하면 귀순병이 달린 거리가 길어야 70m이기 때문이다. CCTV를 보면 몇 초간인지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런데 “긴장 고조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정만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아래서 일개 초병이 그 짧은 시간에 우리 땅에 총알이 넘어왔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이 판단에 따라 경고사격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하다.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상당한 북한 귀순병을 두고 찾는데 16분쯤 그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데 15분쯤 걸렸다는 것은 국민으로선 이해할 수가 없다. MDL(군사분계선) 북쪽 10m부터 시작된 총격전이다. 여기까지는 CCTV에 잡히고 있었다. 그런데 ‘사각지대 운운’하며 귀순병의 족적을 놓쳤다니, 그렇다면 초병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용기 때문인지 과학장비의 설치 미비 때문인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정직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부상 귀순병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데 왜 낮은 포복이 필요한가. 비록 증강된 북한군이 있어 위협을 느꼈다지만 분명히 우리 땅 위인데 왜 군인답게 당당하게 서지 못했는가. 하다못해 육군 교범대로 꾸부린 자세로 달려도 되지 않은가. 그리고 ‘낮은 포복’이라고 하면 영화 등의 영향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짧은 거리에선 오히려 조준사격에 더 취약하다. 왜냐하면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기 어렵지 느린 표적을 맞히기는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비대대장이 직접 포복으로 갔다고 한다. 흔히들 ‘전투 시 지휘관도 사격을 하는 것이 옳은가 지휘만 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논쟁을 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문제다. 지휘관이 직접 갈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대체로 부대가 정상적이 아닐 경우가 많다. 물론 지휘관의 용기는 인정하지만. 그래서 국민은 군을 걱정을 하는 것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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