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만사요, 탕평이 답이다

발행일 2018-01-17 20:09: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역대 대통령들의 쓸쓸한 퇴장 실패원인 인사문제 주의해야 정보다 능력·시스템이 최우선”



한국갤럽에 의하면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역대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균 51%에서 시작하여 16%로 마쳤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이 평균 65%에서 취임하여 48%로 퇴임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성적은 매우 초라하나, 지지율에는 공통점이 있다.

제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가 집권 첫해에는 지지율이 엄청 높다가 해가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집권 마지막 해엔 누구도 지지율이 30%가 넘는 사람은 없었고 떠나는 뒷모습은 쓸쓸하였다.

새 정부가 취임할 때마다 앞선 정부의 실패원인은 바로 ‘인사(人事)’였으니,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꼭 적임자 인사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라고 누누이 강조하였으나 우이독경이 된 셈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대통령은 취임 한달 후 무려 89.4%로 역대 최고를 갱신하더니, 취임 6개월 후 지지율도 73%(김영삼 83%)로 역대2위를 기록했다. 현재도 70%대 고공행진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인사스타일을 보면 왠지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후보시절 선거슬로건 ‘사람이 먼저다’와 당선 후 국정목표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고 했는데 왠지 아닌 것 같다. ‘내사람’이 먼저고, 국민도 ‘내편’과 ‘네편’으로 쪼개는 것 같아서다.

취임한지 8개월 남짓 되었는데 앞 정부들 인사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도 도처에서 들린다. 인사의 5대원칙은 온데간데없고, 부실과 무능이 들어난 인사를 그것도 인사청문회 결과도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하는 소위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식 독선도 이유 중 하나다.

민정수석실은 큰 흠을 알고도 내 편이라 모른 척 했건, 진짜 몰랐건 이는 국격의 문제다. 정권 잡은 우리마음인데 무슨 참견이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는 것 같다. 참 안타깝다.

청와대인사를 보면 더하다. 정부출범 6개월 만에 끝낸 인사의 핵심키워드는 운동권과 시민단체출신이었다. 1급 이상 63명 중 22명이 그 증거다. 대량투하 되는 낙하산도 문제다. 5년 임기 초반인데 난리다. 매머드급 대선캠프를 꾸릴 때 예견된 일이었다. 당선 빚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대정부 중 유독 심하다고 한다. 척박한 우리정치풍토에서 이해는 간다. 그러나 낙하산에도 분명 법도가 있는 법인데 낙하되는걸 보니 깜은커녕 불량한 게 더 문제다. 이게 선진국과의 차이다.

공관장 낙하도 ‘무혈입성’운운하며 말이 많다. 직업외교관은 공관장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 난이도 높은 TOP(영어말하기 평가)와 TWP(영어 작문평가)를 치르는데, 39명 중 상당수가 외교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코드인사로 발탁됐다는 것이다. 과거 공관을 점거했던 자와 영어나 주재국 말도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공관장으로 보낼 수 있느냐 아우성이다. 마치19세기 초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라 외치던 미국의 엽관(獵官)제도가 떠올라 씁쓸하다.

시민단체의 공무원호봉반영 해프닝도 그렇다. 당연히 ‘제 식구 감싸기’란 거센 반발을 예상했어야 했다. 이해가 안 된다. 일국의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인사기관이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 공무원의 보수규정을 개정할 때에는 형평성과 중립성이 기본인데도 말이다.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의 교장승진 문제도 시끄럽다. 그래서 그런지 지지층만 챙긴다는 볼멘 목소리, 온갖 자문위와 특위에 진보성향의 좌편향 인사들이 판을 치고, 정권 후가 더 걱정스럽다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이제라도 모두가 심재(心齋·마음을 재계함) 해야 할 때다.

결국 인사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상식과 기본 룰’만 지켰어도 이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공행상과 정보다는 능력과 시스템이 우선되어야한다. 아무리 측근이 좋아도 ‘나 홀로 인사’와 ‘톱-다운’방식을 지양하지 않으면 반드시 독이 됨은 역사적 교훈이다. 국정이 꽤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인사는 만사요, 탕평이 그 답이다.이상섭경북도립대교수 행정학한국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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