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이면합의설까지 난무

발행일 2018-07-15 19:54:2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미국의 헛꿈인가 북한의 자충수인가



1944년 6월6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한 수순의 하나로 진행된 연합군의 노르망디상륙 작전일이다. 왜 연합군은 처칠의 주장대로 발칸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노르망디에 상륙했을까? 1943년 테헤란서 영국의 처칠 총리는 전후 유럽을 구상하면서 발칸반도 상륙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동구권 공산화를 노리고 있던 스탈린은 프랑스상륙 작전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론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스탈린 손을 들어줌으로써 프랑스상륙으로 결론이 났다. 2차대전 후 동구권(東歐圈)이 공산화된 것을 보면 처칠의 주장이 백번 옳았다.

당시 루스벨트는 왜 스탈린의 손을 들어줬을까. 첫째는 개인적으로 스탈린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평소 그는 “왜 공산주의자가 나쁘냐”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둘째로는 일본과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소련과 친교를 맺음으로써 일본의 관동군을 만주에 붙잡아 둘 수도 있는 이점도 있다. 미국 국익을 위한 행동이었던 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루스벨트의 일련의 스탈린 지원의 결과로 소련은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이 키워진 힘으로 인해 세계는 전후 50년이나 계속된 긴 냉전 속에서 고생해야 했다. 중국의 공산화, 베트남전쟁, 6ㆍ25전쟁 등이 그 피해사례 아닌가. 뒤늦은 소련의 참전은 미국에 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동북아에 말썽의 씨앗만 뿌려놓았을 뿐.

어떻든 그는 평시 측근들로부터 “공산주의 국가와의 협력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며 특히 스탈린은 믿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곧 자유세계를 위협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하는 말이 “내가 스탈린에게 줄 것을 모두 주고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는 신분에 따르는 의무(noblesse oblige)가 있으니 평화의 세계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의(善意)의 정치가 현실정치에서도 통하지 않음이 이때 이미 증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죽기 한 달 전 측근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우리는 스탈린하고 일할 수 없다. 그는 얄타에서 한 약속을 모두 깨뜨렸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거래의 달인이라고 스스로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 비핵화조치)를 들고 싱가포르 회담에 나왔을 때 우리의 기대는 굉장했다. 그러나 합의문 결과는 황당했다. 그래놓고도 “내가 나서자 북한은 9개월 동안 핵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없었다”고 기고만장이다. 3차 평양방문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하는 말이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였다.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황당한 합의를 해 놓고도 황당한 만족에 겨워하는 꼴을 보며 세계인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이면합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 헛폼을 잡을 수는 없다. 결국에는 ‘핵 있는 위장평화’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미국에는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는 내용의 이면합의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그것이 바로 통미통중(通美通中)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나온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단절한다)정책의 변형이다. 미국에도 중국에도 통하는 국가정책을 채택하겠다는 선언이다. 최종 목표가 중국 견제인 미국으로서는 반가운 제안이기도 하다. 그 배경도 트럼프와 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배넌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즉 “한반도 문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의 일부이며 중국문제를 해결하면 북한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소련 위성국의 하나였던 키르기스스탄은 2001년 미국에 자국영토 내 군용비행장을 빌려 준 전례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북핵은 미국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핵 폐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웬일인지 현재 북한 비핵화 문제에는 선의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힘겨루기 결과로 나온 결말이라 해도 지켜질까 말까 한 것이 핵 문제인데 너무 선의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우리 국민은 너무 환상에 젖어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서상호주필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