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 개선, 왜 필요한가

발행일 2018-07-16 20:17: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은 대입 준비에 움직임이 분주하다. 대입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등 지원 전략 세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 입학은 최상위권 인기학과만을 두고 볼 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전국 200여 개에 달하는 4년제 대학 가운데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정원 부족은 대학 입학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느냐 못 가느냐가 문제 될 따름이다.

수능 응시자 4명 중 1명 수준으로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있는 조사결과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재수나 편입학을 위해 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으로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학생 수는 14만5천595명이었다. 이는 2013학년도 수능 응시자가 62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능 응시자의 4분의 1 정도가 대학을 그만둔 셈이다.

중도 포기자 수는 해마다 일정 인원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14만8천7명, 2011년 14만4천651명, 2012년 14만8천662명 등 매년 14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 중도 포기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도 탈락 학생 납부 등록금 총액은 국공립대의 경우 898억여 원이며 사립대의 경우 7천381억여 원에 달한다. 또한 중도 탈락 학생 1인당 비용은 국공립대의 경우 771만9천 원, 사립대의 경우 1천223만1천 원에 이른다.

이들이 대학 입학과 재수 대신 취업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은 1인당 1천729만 원으로 계산됨에 따라 총 2조5천178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사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학생이 중도에 대학을 그만두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시 풍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은 한목소리로 학벌철폐를 부르짖는다. 이와는 반대로 학벌의 위력은 좀체 변하지 않고 은밀한 방식으로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여 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출발 시점에서 임금 차이는 크게 나지 않았다. 최종 학력에 따라 소득은 10~2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외형상 같은 자격을 갖추고 있어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전공이 같아도 연봉 3천만 원 이상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있고, 최저 생계비 수준에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학벌에서 가장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일반인의 인식이다. 그러니 명문대 진학은 사생결단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2015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상위 1%의 재산이 나머지 99%를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의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 상위층이 절대다수에게 배신감을 안기게 되면 그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최상위 소수가 교육 독점을 통해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빈곤층은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중산층 절대다수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가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 진학은 가진 자들이 끼리끼리 정보를 독점하면서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공교육 활성화와 정상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절대다수의 학생은 계층 이동의 통로를 잃게 된다. 정부와 대학당국은 수험생 감소를 고려해 더 늦기 전에 대학입학 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취업과 연계되는 다양한 실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교육을 통한 구직과 계층이동에 아직도 확고한 기대와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창원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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