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닷새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마음이 벌써 고향집에 도달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도 이미 상당수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번 추석은 남북정상회담이 최대 이슈가 될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 이행 방안과 군사적 긴장완화 등 합의 내용은 사실상 감격을 안겨줄 만하기 때문이다.
남북 간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술술 풀려 비핵화와 긴장이 완화된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는 여전히 답답하고 우울한 저간의 사정들이 발목을 잡는다. 현 정부 출범 후 경기지표는 하강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은 부진한 매출에 미간을 찌푸리기 일쑤다.
대구ㆍ경북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영세기업마다 자금 사정에 옥죄인다. 인건비 상승과 매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태는 최근의 한 설문조사가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기업 265개소 가운데 77.4%가 지난해보다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가 56.7%로 지난해 71.2%보다 낮아졌다. 임금체불로 텅 빈 호주머니에 선물상자조차 없어 귀성을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이유다.
고용부진도 추석을 우울하게 만든다. 취업을 하려다가 지친 청년들에게 추석 연휴는 더없이 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여름 무더위로 과일 값도 천정부지다. 주부들은 제수 마련이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이래저래 모두 즐겁지 않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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