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도 따뜻하고 정감 넘치길 바라며

발행일 2018-09-20 19:45:3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제 사흘 후면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 속에 땀 흘린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날이다. 고향을 떠났던 혈육이 모두 모여 오곡백과를 차례상에 올린다. 조상의 음덕과 풍요로운 수확에 감사하는 것이다. 추석은 계절적으로‘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보름달과 쾌적한 날씨를 선사한다. 오손도손 모여 송편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고향집 대청마루 전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올해 추석은 닷새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마음이 벌써 고향집에 도달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도 이미 상당수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번 추석은 남북정상회담이 최대 이슈가 될 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 이행 방안과 군사적 긴장완화 등 합의 내용은 사실상 감격을 안겨줄 만하기 때문이다.

남북 간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술술 풀려 비핵화와 긴장이 완화된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는 여전히 답답하고 우울한 저간의 사정들이 발목을 잡는다. 현 정부 출범 후 경기지표는 하강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은 부진한 매출에 미간을 찌푸리기 일쑤다.

대구ㆍ경북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영세기업마다 자금 사정에 옥죄인다. 인건비 상승과 매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태는 최근의 한 설문조사가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기업 265개소 가운데 77.4%가 지난해보다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가 56.7%로 지난해 71.2%보다 낮아졌다. 임금체불로 텅 빈 호주머니에 선물상자조차 없어 귀성을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이유다.

고용부진도 추석을 우울하게 만든다. 취업을 하려다가 지친 청년들에게 추석 연휴는 더없이 긴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여름 무더위로 과일 값도 천정부지다. 주부들은 제수 마련이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이래저래 모두 즐겁지 않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답답해도 추석은 행복하고 풍성함을 느껴야 한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풍요로운 결실의 기쁨은 함께 누리고 맛보아야 한다. 가족 친지 간 서로 보듬으면서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가질 때 그 의미는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직장과 사업장에서 겪은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잠시나마 고향의 옛정을 되새기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주변 소외된 어려운 이웃을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온정의 손길이 넘칠 때 추석은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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