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팔공산 국립공원’과 구름다리

발행일 2018-09-20 19:45:3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답답하거나 심사가 복잡할 때면 팔공산을 오른다. 바다가 없는 대구에서는 팔공산이 제격이다. 그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가설한다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지금 산 뒤편 군위 쪽으로 비로봉 정상까지 차량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군부대 통제구역을 일부 해제하고 계단 길도 만들어 이용하기 수월해졌다. 물론 산은 두 발로 오르는 것이 제일이지만 그렇다고 산 아래에서부터 한 발짝씩 오르라는 법도 없거니와 모두가 그렇게 오를 수도 없다. 시간이 그렇고 경제적 형편이 그렇고 신체조건 또한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산을 개방해 주니 반갑고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곳에 올라 대구를 내려다보며 후련하게 폐부 속 응어리들을 내뱉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팔공산 정상 부근에 그냥 공짜 벤치라도 설치하고 앉아 쉴 곳 만들어 준다니 고맙고 반갑다. 계곡이며 유원지마다 쉴 만한 자리들은 모두 장사들이 먼저 차지해버려 돈 주지 않고서는 한시도 쉴 곳 없는 곳이 도시공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시설을 만들면 자연 훼손을 하지 않겠나. 또 많은 사람이 산을 찾으면 산은 또 얼마나 오염되고 분잡해지겠나. 그런 시설을 하는 절차도 그렇다. 왜 반대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덜컹 시설을 만들려고 하는지 곳곳에서 반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가 반대 여론에도 오히려 다리 길이를 늘여 건설하려 한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설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진련 대구시의원도 환경훼손뿐 아니라 향후 국립공원 지정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의 주장은 다르다. 구름다리 건설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최적의 균형 잡힌 보존 대책을 찾아야 하며 그것이 팔공산을 효율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인공시설물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등산객들을 분산시켜 무분별적인 등산객으로부터 산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물론 지금 세상에 지역민들이 반대하는 시설물을 구태여 건설할 이유도 없고 또 방법도 없다고 실토한다. 그러면서 팔공산을 그냥 두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걸쳐있는 해발 1천193m의 팔공산은 여전히 도립공원으로 머물고 있다. 지난 2015년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대구시는 22번째 국립공원으로 팔공산이 지정되기를 잔뜩 기대했으나 태백산에 밀리고 말았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협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 열기도 식어버렸다.

광주와 전라남도에 걸쳐 있는 무등산(1천186.8m)이 2012년 국립공원이 되었는데도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처 입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면 지역에 무관심하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왜 대구가 국립공원 하나 갖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팔공산이 여전히 도립공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다.

대구시는 구름다리가 국립공원 승격에 전혀 장애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한다. 구름다리는 당초 230m의 8자형 사장교에서 환경훼손이 적은 직선형 현수교로 설계를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대신 길이를 90m 더 늘인다는 계획이다. 기본계획 단계에서 공청회를 했지만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전부 수렴할 수는 없었다고 변명한다. 그러면서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환경단체를 비롯한 반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그래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팔공산을 찾아 경제적 효과와 함께 팔공산의 지명도를 높인다면 대구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갈 것이고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대구시민으로서도 이런 구름다리 하나쯤 갖는 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구름다리가 오히려 팔공산을 보호하고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친환경 시설이 된다면, 그래서 시민들이 모두 환영하는 구름다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팔공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다리가 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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