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지역 간 갈등에 신중해야

발행일 2018-11-20 19:31: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는 취수원 이전과 통합신공항 건립 그리고 대구시 신청사 건설 등의 난제를 현안으로 가지고 있다. 이 문제들을 원만하게 풀려면 지역 간 갈등 조정이 필요하나 정치권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는 일은 삼가야 한다. 정치적 접근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정치인은 현실적으로 보통 두 가지 가치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거시적 차원의 국익 기준이다. 두 번째는 미시적 차원의 지역구 이익 기준이다. 이 두 기준이 일치할 경우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두 기준이 불일치하더라도 다른 지역과 상치되는 이해관계로 갈등이 없는 경우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떤 의원이 자기 지역의 이익만 고려한 편견을 주장하더라도 다른 지역 의원들이 대국적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 관련 지역의 입장을 충실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객관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유지된다.

그러나 지역 간 이해관계가 상치되는 경우, 그 양상은 전혀 다르다. 그 지역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이 전면에 나서 지역이기주의를 주장할 경우, 설사 그것이 합리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상대 지역에선 그 선의와 공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상대 지역 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 논리로 대응할 밖에 없다. 그 결과 양 지역 간 갈등은 봉합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고, 순조로운 합의는 물 건너가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문가 집단이나 실무진의 물밑조정과 공식적 절차에 따른 신속한 결정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정치권은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냉정히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원활한 해결을 돕는 길이다.

지역 언론도 선정적 보도나 촉 빠른 개입을 자제하고 진행 상황을 엄중히 감시하는 이성적 자세가 요망된다.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갈등 유발성 보도를 자제하고, 상황이 엉키지 않도록 중립적 견지에서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바람직하다.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자 소금이다. 사회가 발전적인 합의를 도출하도록 유도하는 일도 언론의 책무다. 지역 갈등 사안에 대하여 언론은 정치권이 편향된 주장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객관적 결론을 도출하도록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언론이 정치권의 침묵을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경우, 정치인은 자기 지역의 여론을 편들 수밖에 없다. 소지역주의가 대국적으로 옳지 않음을 모를 리 없지만 정치인에게 지역 편들기는 태생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함정이다. 그 결과 중차대한 현안을 교착상태에 빠트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다. 대구의 화급한 현안들도 교착상태에 빠진 감이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엉거주춤하게 지켜보던 정치권을 언론이 먼저 비난하고 나섰고, 이에 해당 지역 정치인들이 언론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하나 둘 개입하게 된 것이 현안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님비나 핌비 현상이 현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역 간 갈등의 정치공론화는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어쩌면 지역감정만 부추길 소지가 크다. 전문가 집단과 실무진을 중심으로 공식적 절차를 밟아 최적안을 찾는 것이 정석이다. 최적안 또는 현실적 차선책을 찾았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추진력 있게 집행하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시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심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세월이 흐르면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현재 조금 욕을 먹더라도 언젠가 칭찬받을 일이라면 지금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면 언론, 정치권 등의 통찰력과 자제력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는 현안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언론은 경쟁이 심하고 신속한 보도가 속성이기 때문에 무작정 자발적인 통제력 발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정치권은 현안에 선뜻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자제하고, 그에 대한 비난이 있다 하더라도 인내를 갖고 언론, 주민 등을 언저리 물밑에서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보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끊임없이 시도할 필요가 있다. 냉정하고 신속하게 그 최적안을 찾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는 프로그램과 시뮬레이션 등은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원군이다. 주도면밀한 계획, 전광석화 같은 신속함, 철통 같은 보안 그리고 뚝심 있는 추진력이 절실한 시점이다.오철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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