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영천시, 항공산업 인프라 사수해야

발행일 2018-11-21 19:55:4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북도와 영천시가 항공기 전자부품 정비 관련 핵심 인프라를 수도권에 빼앗기게 될 위기에 놓였다. 3년 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보잉사와 협약을 맺고 첨단 항공산업 거점도시를 선언한 영천시로서는 답답한 심경일 것이다. 항공전자 유지ㆍ보수ㆍ정비(MRO)센터를 짓고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준공 등 첨단 항공부품산업 육성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다.

영천시에 따르면 보잉사는 최근 시 측에 ‘항공전자 MRO센터 장비를 다른 파트너사로 옮기고 센터를 비우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e-메일을 보냈다. 철수 또는 폐쇄 조치로 해석되는 내용에 시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지금 이만저만이 아니다. 항공산업 발전과 고용창출, 경제활성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시 부지 1만4천여㎡를 50년 무상임대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던 영천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잉사는 시와 협약 후 고용창출이나 지역기업 협력사업 등 추진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2천2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1단계 F-15K 부품 36종 시험 평가장비 도입뿐 2단계 사업은 전혀 진척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보잉사는 MRO센터 이전 의향만 밝혔을 뿐 핵심장비 이전 등을 결정한 바는 없다며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핵심장비인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BMATS)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천시에 처음 도입돼 있다. 그런데 이 장비를 인천지역 파트너사로 이전 순서를 밟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보잉사가 떠나려는 이유는 복잡하다. 차세대 전투기사업 공중급유기 선정 사업 등에서 밀려나 애초 계획대로 영천시에다 투자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보잉사 측에 따르면 경북도와 영천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투자유치 후 이에 부응하는 직접적인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방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천시는 현재 ‘이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만 전한 상태다. MRO센터는 기부채납이나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보잉사는 지난달 서울시와 첨단항공우주 R&D센터인 보잉한국기술연구소 설립 MOU를 체결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으로 둥지를 완전히 옮기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읽히는 대목이다.

항공산업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영천시가 아시아항공산업 허브를 꿈꾼 지 3년이 다 돼 간다. 모처럼 불붙인 불씨가 활활 타도록 다시 지펴야 한다.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돼선 안 된다. 신성장 동력 100년 먹거리가 사라지면 도시 미래는 암담해진다. 항공산업에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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