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을 막고 발전하려면

발행일 2018-12-12 20:12: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상대를 인정하고 내 것을 양보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할 때만공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변화론자와 안정론자는 근본적으로 관점이 다르다. 변화론자들은 안정이 정상적인 것이라 보지 않고 변화 자체가 정상이라고 말한다. ‘미래와 그 적들’을 쓴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변화론자들은 저절로 생기는 질서의 힘을 믿고 실험과 피드백을 믿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진화의 힘을 믿고 중앙에서 군림하는 지식의 한계를 믿고 진보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들은 일상생활의 미세한 결에서 감흥을 받고 현대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독창성과 다양성에서 자극을 얻는다”라고 말한다. 변화론자들은 어떤 사람에게 최선인 길이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최선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삶의 다양성을 헤아리고 인정한다. 변화론자들은 일탈이나 비판도 학습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임을 인정한다. 변화론자들은 선택과 경쟁, 비판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변화론자들은 과정을 중시하며 실천과 시도를 통해, 때론 실패를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론자들은 혼란과 혼돈, 불확실한 세계를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포스트렐을 읽어 나가다 보면 “복잡함과 번잡함이 미래를 지배하면 할수록 어두운 미래를 점치는 사이비 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대목에서는 잠시 책을 덮고 오늘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지금 보수나 진보 모두가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의 확보된 지분과 몫은 온전히 손대지 않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변화를 요구한다.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나의 기득권부터 포기해야 한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그런 생각이 없다.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다가도 공동의 몫을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의기투합한다. 이 과정에서 소외된 소수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항변하고 저항한다. 그래야만 존재감이 드러나고 남은 것의 일부라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득권 싸움에서 죽어나는 것은 그들이 보호한다고 떠드는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타락한 보수에 절망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진보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서서히 물이 데워지고 있는 냄비에 들어있는 개구리와 같다. 지금 정신 차리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않으면 서서히 뜨거워져서 결국에는 죽는 줄도 모르고 죽을 수 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소리소문없이 확산하는 무언가로 인해 어느 순간 극적인 변화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1970년대 미국 북동부에 살던 백인들이 도시로 밀려드는 흑인들을 피해 어느 순간 모두 교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하는 도시인구 사회학 용어다. 학자들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 이주해 오는 흑인들의 숫자가 그 지역민의 20%를 넘게 되는 시점에서는 거짓말처럼 거의 모든 백인이 한순간에 그 지역을 이탈하게 된다고 한다.

불안과 절망감은 희망보다 전염성이 강하다. 작은 불안과 불만들이 유통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태풍으로 변한다. 그때는 손을 쓸 수 없고 써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치와 경제, 시장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에 대한 상호 공감을 통해 꿈과 이상을 실현한다. 인간 세상의 모든 변화는 마음의 공감에 의해 촉발되고 완성된다. 분열과 갈등, 냉소와 편 가르기만 있고 미래지향적인 공감대와 희망이 생성되지 않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상대를 인정하고 내 것을 양보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할 때만 공멸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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