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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실제 느끼는 온도, 체감온도



바람이 쌩쌩 불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욱 낮겠습니다” 라는 정보에서처럼 ‘체감온도’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기온은 매일 아침 옷차림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상요소로, 같은 기온이라도 어떤 날은 더 춥게 또 어떤 날은 덜 춥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실제 기온과 몸이 느끼는 온도가 서로 달라서인데, 온도계는 공기 중의 온도만을 측정하고 풍속이나 습도, 일사량 등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철의 날씨는 기온보다 체감온도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체감온도는 말 그대로 바람에 의해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를 말하는데, 단순히 기온이 높다, 낮다 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몸에서 뺏기는 기화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기온뿐만 아니라 풍속, 습도, 일사 등 기상요인이 종합적으로 관여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체질이나 거주 형태, 심리 상태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하며 사용하고 있는 체감온도는 온도에 풍속의 영향을 고려해 산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온도이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더 춥게 느껴진다. 바람과 한기가 사람의 피부에서 열을 빼앗아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겨울철 날씨의 특성을 고려해 기상청은 11월부터 3월까지 체감온도를 함께 발표한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는 기온에 풍속을 고려해 산출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체감온도 산출식은 2001년 8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Joint Action Group for Temperature Indices(JAG/TI) 회의에서 발표된 것이다. JAG/TI는 미국기상청과 캐나다기상청이 새로운 체감온도 계산법을 개발하기 위해 구성한 연구팀으로, 산출식에서 고려하고 있는 기상 요소는 기온과 풍속 두 가지이며,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최근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소 복잡한 수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인들이 공식에 따라 체감온도를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보통 영하의 기온에서 바람이 초속 1m 빨라지면 체감온도는 1~1.5℃가량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온이 -10℃에서 풍속이 10㎧일 때 체감온도는 약 -20℃ 정도가 되는 식이다.

항상 바람에 따라 체감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50℃ 이하가 되면 바람은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얼어붙는 극도의 찬 공기에서는 바람이 불어서 더 춥다는 느낌은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바람이 불면 오히려 체감온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사막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여름에도 긴 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사막의 기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몸의 열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기의 열이 사람의 몸을 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감온도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을까? 미국의 탐험가인 폴 사이플과 찰스 파셀은 남극을 6번 왕복하면서 체감온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1939년 남극 냉각 효과 실험을 통해 체감온도를 계산했다. 실험은 플라스틱 실린더에 물을 채워 건물 위에 매달아 바람과 기온에 따라 실린더 속의 물이 어는 시간을 측정하고, 피부의 단위 면적당 열 손실량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바로 이 실험이 체감온도를 측정하는 최초의 계산법이었다.

겨울철 낮아지는 체감온도로부터 몸을 건강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수 있다.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를 3℃가량 올려줄 수 있으며, 목도리를 두르면 체감온도를 2~5℃ 정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모자 역시 체감온도를 올리는 데 효과가 있고, 장갑을 꼈을 때와 끼지 않았을 때의 체감온도는 약 2.0℃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춥다고 무턱대고 난방온도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만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 몸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 18~20℃, 습도 40~60%를 유지하고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전준항대구기상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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