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경우의 따따부따] 대구·경북, 자가발전만 하고 있어서야

중장거리 노선용 활주로를 갖춘24시간 이용 가능한 관문 공항이지역경제 활로 뚫는 해결책이다



뚜껑도 없는 시티투어버스 2층에서 한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산대교를 건너는 맛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하강하는 기분과는 또 다른 스릴과 재미가 있었다. 광안대교를 건너고 해운대 겨울 바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국제시장은 명불허전 세계인들이 찾는 국제적 시장이 돼 있었다. 부산의 인구가 350만 명이라지만 울산 경남까지 아우르는 800만 인구는 대구경북의 500만 명보다 여론전에서도 우세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해 벽두 부산을 찾은 것은 부산에서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보는 부산과 대구의 거리는 그야말로 손가락 한 마디 사이. 중국 대륙과 인도차이나, 일본 사이에 낀 한반도는 동서로 300km, 남북으로 1천km, 서울에서 대구까지 300km 남짓이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바다까지 150km면 닿게 돼 있다. 대구가 내륙이라지만 포항이든 부산이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상생을 부르짖지만 실질적인 성과에서 구두선만 외치는 것 같아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강조하는 대구시의 3대 현안사업 중 통합신공항 건설과 안전한 취수원 확보라는 두 가지 모두 경북도와 협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권 시장은 올해를 대구 경북 상생의 실질적 원년으로 삼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통합신공항 건설을 대구 경북 상생 과제 제1호라며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특히 대구 취수원 문제도 전향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미국에 가서까지 상생 협력을 다짐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다. 한 뿌리인 대구와 경북의 단체장이 자리를 바꿔 근무하고 시도가 인사교류를 하는 것은 현안 해결을 위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대구 경북의 현안들이 부산 경남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공항 문제가 그렇고 취수원 문제가 그렇다. 부산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외면하고 대구 경북이 한목소리를 내도 성사까지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판에 부산이 가덕도 공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나왔다. 후보 시절부터 신공항 문제를 들고나오던 오거돈 부산시장은 취임하면서 본격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더니 신년 들어서는 아예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건 어쩌면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 건설을 훼방 놓는 딴지에 다름 아니다.

부산은 지리적으로 반도의 끝자락에 있어 항만과 철도의 종착점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공항까지 갖추고 명실상부한 수도권에 대항하겠다는 자세다. 최근에는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도 열렸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거쳐 중국과 시베리아를 향하고 유럽으로 달리는 꿈이 실현된 가능성이 한 발 가까워졌다고 내심 들떠있는 부산 민심이다. 부산이 관문 공항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항만과 철도에 더해 제대로 된 관문 공항을 만들어 ‘트라이포트’를 완성시키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부산이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이란 카드를 꺼내 든 진짜 이유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응하는 대구의 카드는 무엇인가. 유럽과 미주노선까지 연결되는 중장거리 노선을 띄울 수 있는 활주로를 확보한 24시간 이용 가능한 관문 공항이 지역 경제의 활로를 뚫을 수 있는 절실한 해결책이다. 대구경북으로서 통합 신공항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대구공항의 현재 포화상태나 소음문제도 그러하지만 지역 물류의 항공로가 없으면 더 이상 수출이나 기업유치 산업발전 등 미래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권 시장이 신공항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절박함이 여론과 정책에서 전국적 타당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에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외쳐도 부산과 경남이 또 다른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울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대구에게는 현실적으로 부산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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