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요실금 / 김선우

일찍이 오줌을 지리는 병을 얻은 엄마는/ 네 번째 나를 낳았을 때 또 여자아이라서/ 쏟아진 양수와 핏덩이 흥건한 이부자리를 걷어/ 내처 개울로 빨래 가셨다고 합니다// 음력 정월/ 요실금을 앓는 여자의 아랫도리처럼/ 얼음 사이로 소리 죽여 흘렀을 개울물,/ 결빙의 기억이 저를 다 가두지 못하도록/ 개울의 뿌리 아득한 곳으로부터/ 뜨거운 수액을 조금씩 흘려온 것인지도 모릅니다//(중략)// 먼길을 걸어온 女子들이/ 흰눈을 뭉쳐 조금씩 녹여 먹으며/ 겨울나무 줄기에 귀를 대고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눠봤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문이 눈밭 위에서 활짝 열리곤 하였습니다

-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창비,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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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흘러나와 팬티를 적시는 매우 당혹스러운 증상이다. 남성의 전립선장애에 해당되며, 주로 출산으로 인한 골반근육과 괄약근이 약해져 나타나는 방광조절능력 저하현상으로 여성에겐 흔한 질환이다. 전문 진료는 비뇨기과 소관이지만 부인과에서도 환자를 받는다. 오히려 여성들의 비뇨기과 기피 심리로 인해 부인과를 더 많이 찾는 듯하다. 이 시는 억압받고 감춰져온 여성성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시의 질료로 끌어들이곤 했던 김선우 시인의 ‘요실금’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해찰이다. 시인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주술적 언어로 그 난맥상을 풀어놓으며, ‘죽기 전에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눠봤으면’하는 바람은 그저 희망사항으로만 그쳤던 것 같다. 예전엔 이의 적극적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은 거의 없었고 부끄러워서 감히 병원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실은 약물치료와 골반근육운동으로 어느 정도 치료 가능하기에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수년 전 요실금 수술이 급증하여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요실금 증상이 심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생식기성형수술(속칭 예쁜이수술)을 묶어 수술 받도록 하는가 하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예쁜이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요실금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챙긴 의사 등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요실금 치료를 위장한 예쁜이수술의 대유행으로 당시 보험재정이 크게 흔들렸고, ‘여성시대보험’을 판매한 삼성생명도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그 여파로 현재 민간건강보험(실손보험) 보장대상에 요실금은 빠져 있다. 지금은 시인의 어머니처럼 ‘먼길을 걸어온 女子들이 흰눈을 뭉쳐 조금씩 녹여 먹으며 겨울나무 줄기에 귀를 대’곤 하던 때와는 판이한 세상이다. 비록 보험을 이용해 도랑치고 가재 잡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얍삽한 수술은 불가능해졌으나 맥없이 오줌을 지리는 여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약의 오남용은 여전하고 오히려 보편화되었다. 스포츠선수에게 약물은 자칫 ‘쥐약’이 될 수 있음에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청와대의 구입약품 목록에도 납득이 가지않는 품목이 많다. 희한한 미용주사제뿐 아니라 남성용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이자 탈모증에도 효험이 크다고 알려진 ‘프로스카정’까지 사들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국민들의 혈세로 흥청망청 약물잔치를 벌인 꼴이다. 시중의 ‘이 약이 어디에도 좋더라’ 소문에 덮어놓고 사들인 셈이다. 정말 멀쩡한 사람도 질금질금 오줌을 지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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