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혁명’ 임금체계 개편 긴요하다

발행일 2017-05-21 20:16: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빈부격차 줄이는 정책·제도로지속가능한 성장 가능하도록‘포용적 성장’ 추구 국가 돼야”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우리 국민이 뉴스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 심지어 감동까지 느끼고 있다.

우리 지역은 비록 선거에서는 지지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했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전국적으로 87%, 우리 지역에서도 72.4%(12~13일 한국리서치), 혹은 82%∼78%(15~17일 리얼미터)에 이르는 것을 보면 속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생활의 곤궁함이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다는 말이 전혀 빈말이 아니다. 한국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포함해서 빈부격차 문제이다. 소득수준을 10개 계층으로 나눌 때, 최하층에 대한 최고층의 배율(십분위배율)이 2006년 12.9배에서 2013년 17.8배로 악화하였다. 2015년 말 기준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62% 수준, 2017년 최저임금은 시급 6천47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선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시급 1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지급능력이 문제가 되니까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시행하는 한편, 한시적으로 정부가 차액을 지역화폐(상품권)로 지원할 수도 있다.

구조적인 방안으로는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일반적인 호봉제(연공급)에서 직무-직능급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되어야 한다. 연공서열에 의한 호봉제에서는 기업의 임금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20년 근속자의 경우 우리나라가 1년차 직장인이 받는 연봉의 2.83배인데 비해, 독일은 1.88배, 스페인은 1.76배이다(30년 경우 한국은 3.3배, 독일은 1.98배). 그러나 실제 20년 이상 근속자는 민간부문에 28만 명, 공공부문에 72만 명 등 1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호봉제 비중은 2016년 상반기말 기준으로는 70.3%로 호봉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쪽에서는 임금근로자를 조기 퇴직시키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을 선호하게 된다. 결국 이른 퇴직 후에는 생계를 위해 자영업 진출이 줄을 이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직무급은 임금의 주된 부분이 직무의 특성, 즉 난이도, 업무강도, 책임의 정도, 요구되는 기술 등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급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필수조건인 직무분석과 직무평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여기에 노사교섭을 통해 직무와 직능을 고려해서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첫째, 비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차별을 해소하는 데에 결정적 대안이 된다. 직무에 따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면 기업은 굳이 비정규직을 선호할 이유가 없게 된다. 둘째, 기업 규모별, 성별, 학력별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셋째, 노인빈곤율을 낮출 수 있다. 직장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넷째, 근로형태에 대한 근로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차별이 없기 때문에 학업이나 일-가정 양립을 원할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게 됨으로써 자발적인 시간선택제는 확산될 수 있다. 다섯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섯째, 순환근무제와 고시제도의 폐해를 제거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일곱째, 오늘날 젊은층에게 더 적합한 직업세계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젊은층은 훗날의 승진과 보수를 위해 현재의 무한 충성을 회사에 바치려 하지 않는다. 직무급제는 합리적 기업 문화에 적합할 수 있다.

이제 한국경제는 없는 낙수효과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과 제도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추구하는 ‘포용 국가’로 가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은행, IMF 등 대부분 국제기구들이 이런 성장을 권고하고 있다.김재훈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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