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를 없애자”라니

발행일 2017-06-04 20:32: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대강 6개 보의 수문이 열리자 현지에 사는 한 농민이 한 말씀 했다. “왜 우리가 농사짓는데 외지인들이 와서 물을 빼라 말라 하나”하는 소리였다. 이 한마디에 4대강의 문제점은 모두 들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살리기 사업을 ‘가뭄과 홍수’에 맞췄다. 물의 확보가 가장 우선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므로 수질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각의 차이가 결국 농사를 짓지 않는 수도권지역과 농사를 짓는 지방의 ‘보’ 겨루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바로 ‘외지인이 와서 왜 난리냐’하는 비판이 그 말이다.

하긴 이러한 경향은 4대강사업을 시작하던 2009년 때부터 있어왔던 일이었다. 특히 영산강 살리기는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자진 참여를 했나 하면 낙동강 지역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찬성의견을 보이는 등 지방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수도권이나 환경론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한 예로 당시 여론조사는 대체로 전면중단이 30여%, 규모축소 후 추진이 30여% 그리고 계획대로 추진이 20여%였다. 그런데 반대론자들은 국민의 70여%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규모축소 후 추진’이 찬성이지 어떻게 부정적인가. 적어도 지방민이 볼 때는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또 통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여론주도층이 반대가 강경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환경론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이어서 지방민들의 속을 약간 긁어 놓았다.

과거에는 ‘그림처럼 펼쳐진 모래톱’이라든가 ‘신이 만든 자연을 인간이 훼손할 수 있느냐’는 등으로 그랬다. 그런데 요즘에는 ‘보를 허물어 소위 자연하천으로 만들자’는 소위 재자연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들이다.

적어도 4대당 유역의 농민들에게 4대강 사업은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가령 과거에는 낙동강 물이라 해도 가뭄 때만 되면 거의 도랑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물이 넘치는 강이 되었기 때문이다. 치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한강 종합개발사업으로 미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80년대 종합개발사업으로 둑이 정비되기 전 한강은 가뭄 때면 도랑수준이었다. 그래서 그 유명했던 고 신익희 대통령 후보의 한강 유세 때 언필칭 100만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땐 정말 물은 적었고 모래사장은 넓었다.

농민들은 이제 겨우 가뭄이나 홍수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보를 철거시키겠다니 ‘기가 막힌다’는 한탄만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 좋아 재자연화지 가뭄 앞에 목이 타들어가는 농민에겐 너무 한가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시멘트벽을 벗어던진다는 강의 재자연화는 독일 이자르강의 성공사례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국의 사정이지 국내 4대강과는 여건이 다르다. 가령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몬순기후와 연중 고루 내리는 서안해양성기후와는 다르고 우리의 강은 직선화하지 않은 등 여러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강은 ‘농사라는 생업을 위한 생명의 강’이 돼야 한다는 농민의 관점과 ‘강은 생태계를 위한 환경의 강’이 돼야 한다는 환경론자의 관점이 다르다. 그렇다고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생태계 복원이나 ‘재자연화’도 죽어가는 강을 살리자는 것이고 농민 역시 ‘녹조라떼’ 없는 살아 있는 강물을 사용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보를 두고도 강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미 2014년에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답을 내놨었다. ‘치수에는 효과적, 수질은 문제’라고. 그것은 2015년 충남지역 가뭄이 심각해지자 안희정 지사는 자신이 그토록 반대하던 4대강 사업이었음에도 금강의 물을 보령댐에 끌어다 쓰겠다며 도수로 공사를 하면서 정부에 지원요청까지 했다. 그것이 그 증거이다.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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