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특별한 특별검사에 쌓여가는 궁금증

발행일 2017-02-24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시작과 끝국민들은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다특검이 끝을 보여주는 성과가 있길”



박영수 특검은 특별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상찬받을 만하다. 그 이유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박영수 특검만의 성격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특검을 간섭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11차례 특검과 달리 대통령이 직무 정지돼 종전처럼 간접적으로나마 관여할 수 없게 된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가장 큰 성과다.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총수의 구속이 기업의 가치 하락과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국가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영장 재청구로 이 부회장의 구속을 이끌어냈다. 다른 재벌 기업들에도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경영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삼성의 재산 상속을 사실상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433억 원을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챙겼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영장 내용이다. 이 과정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전문가 추산 5천900억 원의 재산상 손실을 보면서도 합병에 찬성했다는 거다. 구속된 문형표 전 공단 이사장에게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구속한 것도 박영수 특검의 성과다. ‘법비’라는 별명의 김 전 실장 구속은 많은 국민들이 댓글을 통해 통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불려나온 김기춘 조윤선 우병우 등 정권 실세들의 뻔뻔스런 거짓 증언에 마음의 불길을 다스리지 못한 많은 국민들이 병원 신세를 지지나 않았는지 우려되기도 했다. 하긴 최순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이 민간인의 국정 개입 사실을 몰랐다면 그야말로 자리만 지키고 국록을 축낸 식충의 직무유기다. 그 국민적 심화(心火)를 박 특검이 절반은 꺼 준 셈이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묵인 방조하고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다. 이석수 전 특감은 안종범 경제수석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토록 압력을 넣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였다.

또 최순실의 국정 개입과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검찰총장에게 수사 의뢰했으나 우 전 수석과 청와대는 감찰 내용을 수사하기보다는 이 특감이 기자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들어 감찰 사실을 유출했다며 국기문란 행위로 이 특감을 수사했다. 국민들에게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사례를 보여줬다는 비난을 샀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인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문건을 입수해 문고리 3인방 접촉설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했을 때도 검찰은 당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켜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경찰관과 조응천 전 비서관을 문건 유출로 몰았다.

십상시에 의한 국정농단이라 언론에 보도됐을 때 이를 확인하고 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찌라시로 폄하하며 국민을 호도했다. 그 배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는 추론이 사실이라면 우 전 수석 수사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체를 가리는 관문이 된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고 나는 가교 역할만 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의 존재 이유가 고작 거기까지였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법률전문가의 법망 찢기 같다.

특검은 국정농단 관련 주범만도 13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구속이 곧 유죄 입증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불구속된 우 전 수석이 무죄인 것도 아니다. 아직 직무유기 직권남용 대통령 불법시술 등 국정농단 관련 수사가 계속돼야 하고 기소된 사건도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을 국민들은 여전히 궁금해한다. 국민들이 특검에 거는 기대는 그 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성과의 완성이다. 갈 길이 먼 데 특검은 28일까지다.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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