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민주화 그리고 개인비리

발행일 2017-07-20 20:04: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결국 조대엽 전 노동부장관 후보자 한 사람의 사퇴로 국회는 정상화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추가경정예산안은 타협 직전에 왔다. 그런데 사퇴한 조 전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만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호언과는 달리 그가 추천한 인물들이 왜 그렇게 흠결들이 많은지 국민들은 실망했다.

지금 문 대통령을 포위하고 있는 청와대는 온통 80년대 운동권 세력들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독재가 무너지고 광주민주화사태 이후 전두환 군사정권이 바통을 이어받은 때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공로와 피해를 보상받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또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에서이든.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그냥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 삼켜야 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 왔다. 미국으로 이민 간 내 친구 우택이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는 지역 명문 사립학교의 국어교사였다. 박정희 정권하의 대학은 최루탄과 휴교가 일상이었다. 그렇다고 운동권도 아닌 내 친구는 그럭저럭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사립고교 출신인 친구의 추천으로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가 그 학교를 택한 것은 그 학교가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교육다운 교육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 학교는 대학 입시에서 해마다 전국 최상위권에 랭크되었고 그러면서도 참교육으로 학교 설립자나 운영자가 중앙 언론에 등장하면서 참교육의 전당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금으로 말하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인 셈이다.

그가 학교에 몸담으면서 실체에 접근하자 하나 둘 허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가장 민주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할 교무실의 무거운 침묵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정의와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교무실에서는 독재와 수직적 일방통행이 있을 뿐이었다. 학생들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정의를 강조하면서도 교사들에게는 희생과 복종만 강요하는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예를 들면 시간표는 교육청에 보고하는 외부용과 실제 적용하는 내부용으로 2중 작성되는 식이었다. 보고용 시간표에는 음악이나 미술 체육이 있지만 이 시간은 모두 국어나 영어 수학으로 대체되었다. 학창시절 군부독재에 넌더리를 내었고 그래서 가장 민주적이라는 학교에서 교사직을 선택한 그에게는 실망이 너무 컸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그 분위기를 수용하는 동료 선배 교사들이었다. 왜 부당한 지시에 거부하지 않느냐고, 왜 틀린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초임 교사는 학교 당국으로서는 골칫거리였음이 분명했다. 어느 사이 그는 불평분자가 됐고 희생정신과 공동체 의식이 없는 교사가 됐으며 심지어는 교육관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학교 측의 불이익과 압력은 노골화되고 결국 더 이상 학교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최근 졸업 30주년 모교 방문의 해를 맞은 당시 제자들의 초청을 받은 그는 ‘이제는 말한다’며 제자들에게 당시 그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유와 평등을 꿈꿨던 미국은 한국보다 상상 이상으로 험난했다. 그러나 13가지 직업을 가졌지만 지금도 그런 상황이 오면 그 길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사회든 외부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많은 허상이 있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방산업체로부터 고액의 자문료를 받아 로비스트로 의심받고 있는 송영무 후보를 국방부장관에 임명했다.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적폐 청산을 벼르는 문 대통령이 방산비리를 척결할 가장 깨끗한 후보로 송 장관을 지명했다는 주장도 있고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마찬가지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명실상부한 부패 척결과 나라다운 나라는 언제나 가능할까.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5대 인사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을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이라 사과하고 앞으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또 지켜보는 수밖에.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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