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소방관에게 변명 기회 주지 마라

발행일 2017-12-28 19:56:5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불법주정차 탓 현장진입 못한 소방차 공공인력 단속투입 · 법안 신속통과로 골든타임 놓치는 기막힌 상황 막자



29명의 억울한 목숨을 앗아간 제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희생자가족 위문 차 분향소를 찾았던 야당 원내대표가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리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분노한 유족들은 정부와 소방관들에 대해서도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참사가 생기도록 뭘 했느냐는 질타였다.

특히 소방관들이 제때 현장에 출동해서 여탕 유리창을 깨고 구조 활동을 펼쳤더라면 훨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소방차가 출동했는데, 화재 현장을 뻔히 눈앞에 두고도 불법 주차 차량에 막혀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현상.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차해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묘안은 없을까. 화재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이 답답한 소방관에게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부숴서라도 차를 끌어내고 소방차를 진입시키라고 닦달하는 영상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소방관인들 불법 주차 차의 유리창을 깨어서라도 길을 트고 싶지 않았겠느냐만 그럴 만한 배짱도 권한도 없었던 것이다.

민사소송에 휘말리면 퇴직금으로도 감당이 안 된다는 어느 퇴직 소방관의 푸념이다. 

지난 12월3일 새벽 인천 영흥도에서 낚시꾼을 실은 9.8t급 어선 선창1호가 336t짜리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해 15명이 숨진 사고 당시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사고 즉시 신고됐지만 해경 구조선이 현장에 출동하기까지 33분이나 걸렸던 것이다. 

정박 중인 민간 어선들 때문에 구조선이 빠져나가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무려 30분이나 걸렸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바로 출동했더라면 구출했을 수 있었던 낚시꾼 15명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대구시가 내년 공공일자리 사업에 4천여 명을 선발해서 15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했다. 

그들이 하는 일이 DB 구축이라거나 행정보조라거나 환경정화 등이라고 했다.

그런 사업도 좋지만 불법 주차 단속업무에 집중 투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당장은 다중집합시설 주변이나 교통 혼잡 지역을 중심으로 출발해서 차츰차츰 자동차 도로에 차량이 불법 주차되어 있는 모든 곳을 대상으로 확대한다.

이런 곳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은 모두 적발해서 과태료를 물리고 벌점을 부과해서 불이익을 주는 거다. 

물론 이런 단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가 먼저 제정돼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곳을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정해 범칙금과 과태료를 더 많이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또 소방차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소방기본법과 119구조대의 적극적 구조 활동을 가능케 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어느 것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만큼 주차장을 확보하는 문제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 시작하면 주차장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지금까지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모두 주차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주차장 확보가 필요하게 된다. 

도심의 공한지나 여유 공간을 주차장으로 확보하고 과감한 지원을 해서 주차면 수를 확장하는 거다. 

그러면 대중교통 이용률도 높아지고 도심의 차량 통행속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불법주차 단속에 공공근로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공공근로랍시고 빈둥빈둥 놀리면서 일당을 줘서 공공근로자에게 자격지심을 주기보다는 일거리를 줘서 도시를 위해 기여하게 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다. 

그러면 근로자들에게 자존감도 높여주는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이 다쳐서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지만 그동안 많은 사고에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현장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불법 주차차량은 없애야 한다.

도시미관과 기초질서 확립은 물론, 유사시 시민 생명 보호를 위해서 우선돼야 한다. 

적어도 화재 현장에 불법 주차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다는 소방관의 변명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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