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군위·의성은 밀양보다 가깝다

발행일 2018-02-08 20:06:4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시 지금 기다릴 것이 아니라시민 의견 하나로 모으고 설득해국방부 이전후보지 결정 끌어내야”



지금 대구시가 할 일은 국방부에서 대구공항 통합이전 예비후보지를 이전후보지로 선정해주기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이전후보지에 대한 실질적인 사업 추진 절차를 진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국방부에 변명 기회를 주지 않고 공항 이전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대구시의 공항 이전 의지를 의심받지 않게 된다.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 실무위원회는 7일 국방부에서 2차 회의를 열고 4개 단체장이 합의한 대로 이전후보지를 선정키로 결정했다. 단체장이 합의했으니 사회적 합의로 보고 공군의 작전성과 사업 추진을 위한 인허가 문제 등을 검토해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3월 이전에 이전후보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국방부가 강조한 제도적 타당성은 동남권 신공항이 거론되던 10년 전부터 이미 검토해 왔던 사안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국방부와 대구시의 공항 이전 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이명박 정권에서 전면 백지화되자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은 남부권 신공항으로 프로젝트명을 바꾸고 목이 터져라 밀양 신공항을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을 통합 이전하라고 지시한다. 2016년 7월이었다. 한 달 전 영남권 신공항으로 밀양과 가덕도 대신 김해신공항 건설을 확정하고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역의 숙원 사업인 K-2 이전과 신공항 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력했지만 신공항은 도달 불가능한 고지였다는 결론 끝에 내린 고육책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정권부터 불붙었던 남부권 관문 공항 문제는 지역 출신의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도 손들어주지 않았다. 어느 정권에서도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소음과 고도제한 등 지역발전과 환경문제로 골칫덩어리인 군 공항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민간공항을 허가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남부권 신공항 발목을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군 부대의 소음 문제는 2011년 법원 판결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대법원은 2004~2005년 접수한 K-2 주변 2만6천여 주민들이 제기한 소음 피해 배상소송에서 799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후 2차 소송이 진행됐고 2013년 군 공항 이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전도 가시화됐다.

정부는 군 공항 이전 민원 해결의 숙제를 고민하던 차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안을 찾아낸 것이다. 대구시도 소음 문제 해결과 공군공항 이전으로 남는 후적지의 개발이라는 잿밥에 관심이 쏠린 데다 중대형 공항 건설로 지역 경제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일거삼득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구국제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350만 명을 넘어섰고 1월엔 국제선 여객이 18만1천505명으로 국내선의 16만4천436명보다 많았다. 곧 포화상태가 올 것인데 공항 주이용객인 대구시민으로서는 현 공항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옮겨갈 곳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지금보다 대구에서 멀어지게 되고 공사 진척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이 없지도 않다. 일부에서 현재의 장소를 고집하게 만드는 이유다.

대구공항을 유치하려는 경북 지역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다 지방 선거까지 다가오고 있다. 저마다 공항을 두고 존치해야 한다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둥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남부권 신공항 유치 열기는 어디 갔나? 그것이 모두 정치 쇼였다는 말인가. 지금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그 다음 이전후보지에 대한 지원과 설득 작업이다. 구체적 사업 계획과 추진 의지로 국방부의 결정을 끌어내고 유치지역의 뜻을 물어야 한다.

현재 예비후보지인 경북 군위 우보나 의성 비안-군위 소보가 남부권 신공항으로 유치하고자 했다가 무산됐던 경남 밀양보다 지리적 객관적 정서적으로도 가깝지 아니한가.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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