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대구 수돗물 마음 놓고 마시고 싶다

발행일 2018-06-28 19:27: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시,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실 침묵불투명한 시정이 시민 불신 불러 생활 밀착 행정 정직이 우선돼야”



“그러니까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거야, 마시지 말라는 거야.” 아내의 짜증 섞인 말투에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다. 몇 차례 대구의 수돗물 파동을 겪었으니 만에 하나를 걱정하는 언론의 역할을 생각한다. 먹는 물인데,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말에는 딱히 “NO”라고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 먹는 것이 상수다. 그냥 다른 물 있으면 구태여 수돗물을 먹을 이유도 없다. 하긴 지금 수돗물 그냥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수돗물 파동은 오래전 낙동강의 페놀 사태를 떠올렸다. 먹는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낙동강변에 위치한 구미공단 전자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는 전국적인 악명을 얻는다. 대구시민이 별나서가 아니었다. 먹는 물 문제인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임산부들의 항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러면서 대구가 낙동강물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시민과 그렇지 않은 대구시민으로 나뉘기도 했다.

이번 수돗물 파동의 주범은 과불화화합물이고 그 중 과불화헥산술폰산이란 물질이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로 지정된 항목은 아니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지정된 항목은 과불화옥탄산 한 항목이며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옥탄산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의 230분의 1이라는 아주 낮은 수치라고 대구시는 밝혔다.

그러니까 대구 수돗물은 먹어도 안전하다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말을 믿고 싶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화학적 기준을, 그야말로 미세 분량을 놓고 학자들에 따라 위험하다거나 먹어도 괜찮다는 등 길다 짧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수치와 단위를 갖고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든 것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시정이 시민들에게 분명하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아내는 “당신이 대구시 대변인이라도 되느냐?” “대구 수돗물 홍보대사가 됐나?” 비아냥한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구시의 투명하지 못한 정책 시정에 있다. 처음부터 공개하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어쨌든 대구시가 지난달 매곡 문산 취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침묵해 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구시는 과불화화합물이 대구 수돗물에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구미 공단의 배출 업체를 찾아 배출원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것이 지방선거 전날인 12일이다.

그렇다면 선거 기간에 대구시와 환경청은 대구 수돗물의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과불화화합물 유입을 차단하느라 내부적으로는 소동을 피웠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모두 언론이 과불화화합물이 섞인 수돗물을 대구 시민이 마셨다는 보도를 하고 난 뒤에 공개됐다. 대구시는 21일 언론 보도가 난 뒤 22일 부랴부랴 ‘대구 수돗물 논란에 따른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왜 진작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구시 관계자는 “국내에는 배출 기준이 없고 외국 권고 기준에 비해서도 너무 미량의 검출이었다”며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환경청이 발표 자료를 냈고 부산에서도 검출됐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둘러댄다.

발암물질, 말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그런 물질이 포함된 수돗물을 마셨다니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이 혹시 그것 때문인지 넘겨짚어 보기도 한다. 문제가 있어서 5월에 조사했고, 그리고 구미 공단을 샅샅이 뒤져 배출원을 차단했다. 그리고는 언론이 먼저 공개하자 뒤늦게 위험하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변명한다. 선거전에 공개하면 혹시 선거 결과에 영향이 있을까 미리 염려한 때문이라는 의심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권영진 시장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요란한 구호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보다는 투명하고 정직한 시정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오길 기대한다. 먹는 물 문제나 쓰레기문제, 대중교통문제 같은 생활 밀착형 행정에서부터.이경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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