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따따부따] 가보지 않은 길, 통합신공항

발행일 2018-12-06 19:29:5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가보지 않은 길, 통합신공항



대구공항을 K2 군공항과 함께 이전하는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은 대구시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대구시가 국방부에 군 공항을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고 얻어낸 결론이 공항이전 특별법이다. 그 방법이 현재 군 공항을 처분해서 그 돈으로 새 공항을 지어 이전하는 방식이다. 국방부가 칼자루를 쥐고 칼날을 잡은 대구시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이전 사업비 규모를 두고 대구시와 국방부가 협의를 벌이는 동안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대구공항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거나 여론조사를 들이대며 민간공항은 대구에 두고 군 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공항 이전 문제는 또 좀 다르다. 이것은 인기투표도 아니고 복불복의 또뽑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 통합공항 이전 사업은 지금까지 드러난 규모만으로도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사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업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이해관계자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의 깊고 넓은 의견을 수렴해 객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과연 그런지 지난번 한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한번 보자.

설문 응답자의 기본사항을 묻고는 대뜸 “선생님께서는 현재의 대구민간공항과 군 공항인 K2를 군위, 의성 등 경북지역으로 통합이전하자는 의견과 민간공항은 대구에 그대로 두고 군공항만 예천 등으로 이전하자는 의견 등 공항 이전 방안 논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는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경북지역으로 통합이전하자는 의견과 민간공항은 대구에 그대로 두고 군공항만 예천 등으로 이전하자는 의견 중 어느 의견을 더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물론 답은 ‘통합이전’과 ‘군공항만 이전’, ‘모르겠다’ 등 3가지 중 선택하게 했다.

이런 설문을 들고 “민간공항 존치 여론이 통합 이전 여론보다 높다”며 민간공항 존치를 주장하거나 여론 수렴이 되지 않았다며 원점에서 재출발하자는 여론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접근성 좋은 대구공항을 구태여 군 공항과 함께 이전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이전은 K2 공군공항의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의 이전 요구에서 출발했다. 그 싸움이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탄생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2016년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나온 거다. 그러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신공항을 허가해주지 않았고 대안으로 통합이전이 등장한 셈이다.

물론 대구시가 시민 여론 수렴 없이 너무 성급하게 통합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시민들에게 특별법에 따른 군 공항 이전을 설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통합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분리이전 주장자들을 제치고 당선됐으니 그것만으로도 여론 수렴이 된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

하긴 ‘민간 공항은 두고 군 공항만 이전’이냐, ‘통합 이전이냐’ 식의 양자택일식 선택지를 두고 여론조사를 해서 군 공항만 이전하자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다음 수순은 대구시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 군 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민간공항 확장 문제는 밀양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정부 의지가 확인됐고 수원이나 광주 등 전국 다른 민간공항과의 형평성 문제나 중앙정부의 의지, 수도권론자들의 방해 등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는 거다. 그러니 지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특별법 이전,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고 대구시는 질색한다.

대구시로서는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거다. 일단 추진해보고 문제점이 생기고 그 때문에 공항을 이전하지 못하면 그 때 정부에 요구하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공항이전, 민항 존치나 재검토가 아니라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면, 참으로 대구시의 소통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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