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어떻게 할 것인가?

발행일 2018-05-27 19:45:4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고급 아파트에 수요 몰려 가격 폭등 비슷한 편익 누릴 수 있는 곳 물색해양질의 주택 공급한다면 해결 가능”



지금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일주일 만에 호가가 억 단위로 올랐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필자는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그대로인데 재개발 등으로 공급이 감소하거나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상승하게 되어 있다. 특히 아파트는 통상 몇 년이 걸려야 공급될 수 있는 특수한 재화이다. 따라서 단기에 있어서 공급은 비탄력적인 반면 학군, 편의시설에 대한 수요는 심리적인 것으로 단기에도 탄력적일 수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은 무엇보다 공급은 고정되어 있는데 수요가 폭발한 데 원인이 있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응축된 수요가 다시 폭발할 수 있다. 강남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대신 중산층이 얇아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늘어난 고소득층이 고급 아파트 수요로 몰림에 따라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다주택자는 어느 주택을 팔고 어느 주택을 보유할 것인가? 흔히들 “살 집은 많지만 살고 싶은 집은 많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수익률이 높은 “살고 싶은 집”, 강남 아파트는 보유하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살 집”은 팔게 될 것이다.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겹치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에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보유세 강화는 수요억제책이다. 부동산 가격을 평가하는 방법의 하나인 수익환원법(순수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누는 방법)에 의하면 보유세 추가부담은 자본환원율을 높여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킨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매차익이라는 자본이득이 배제되어 있다. 만약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앞으로 매매차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면 분자인 순수익이 증가하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분모를 크게 하는 보유세 강화뿐만 아니라 분자에 영향을 주는 매매차익을 줄일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보유세 강화는 세금을 낼 능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이나 비인기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시장을 침체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는 거래세 조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인가? 정책목표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일부 지역의 폭등세를 진정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아파트 시장 전체를 안정시키는 게 목적인가에 달려 있다. 지금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주택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적인 수요초과나 공급부족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공급부족이 문제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해법이다.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어디에 어떤 아파트를 공급하여야 할까? 당연히 강남과 비슷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곳에 고급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외곽보다는 공동화된 기존의 도심지역이 더 적합해 보인다. 또한 서민주택보다는 고급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부동산학 이론에 여과이론(Filtering Effect) 이라는 게 있다. 이는 주택을 저소득계층이 거주하는 저가주택과 고소득계층이 거주하는 고가주택으로 구분할 때 주택이 소득계층에 따라 상하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고소득층에게 더 고급 아파트를 제공하게 되면 자신들이 거주하던 아파트는 서민들이 거주하게 돼 고급주택의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 살집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을 충분하게 지으면 강남불패란 말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조태진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기획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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