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본부장

발행일 2018-10-22 20:15: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재호중소기업진흥공단대구지역본부장



‘기승전 일자리!’ 웬만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말로 현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나타내면서 언론 등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 오늘도 정부는 재정 및 금융지원, 채용 촉진, 인력 교육, 근로여건 개선, 창업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지원 관련 조직이 확대 또는 신설되었고, 지난 3월에는 일자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주최로 전국 243개 기관이 참가한 제1회 일자리정책박람회도 개최되었다.

일자리 중심의 경제성장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들과 민간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그야말로 총력전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정책자금, 기업인력애로센터, 청년창업사관학교, 내일채움공제 등을 통하여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는 아직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 오른 10.5%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최근 만난 중소기업 대표 열 명 중 예닐곱은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현장직은 물론 사무직에 일자리가 있어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높은 청년실업률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것이 오늘날 우리 중소기업의 평균적인 현실인 것 같다. 중소기업에 유능한 인력이 더욱 잘 유입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이 더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바람을 가져본다.

첫째,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 커지길 바란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1990년에 33.2%였던 반면, 2017년은 69%에 이르렀다. 한해에 40만 명 정도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지만 공무원 및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등 대졸자가 선호하는 직군에서 흡수할 수 있는 인력은 10만 명 정도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대학을 나오면 당연히 대기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청년을 자녀로 둔 기성세대가 그런 인식이 더 강한 것 같다. 청년들에겐 부담을 주고 적정한 취업 기회를 놓쳐 버리게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훌륭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많은 대졸자가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있다는 현실을 하루빨리 인식하면 좋겠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얼마 전 A항공사 기내식 하도급 사례로 크게 이슈가 됐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은 너무도 크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으며, 임금, 복지 등의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엄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자동차산업을 들여다보자. 2017년 산업연구원 연구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9.6%이지만, 부품업체는 4.4%에 불과하다. 미국은 8.2%로 같고, 유럽, 일본은 오히려 부품업체 이익률이 더 높다. 중국도 각각 8.1%와 7.4%로 큰 차이가 없는데, 우리는 차이가 너무 크다. 중소기업 취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대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ㆍ협력을 위한 대기업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지속성장의 동반자로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좀 더 빨리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는 소위 작은 기적을 보았다. 비록 16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상대로 2-0 짜릿한 승리를 했다. 전술문제, 체력문제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들이 있었지만 선수단이 일심 단결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앞에서 언급한 내용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여러 난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좀 더 이해하고 지혜를 모아나간다면 결국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적이 꼭 축구에서만 나오라는 법은 없으니까.구재호중소기업진흥공단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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