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꿈

발행일 2017-07-05 19:59: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년 전쯤에 만났던 환자를 다시 만나는 일이 있었다. 챠트를 살펴보고 얼굴을 마주 대하니, 처음 만났던 때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불쑥 떠오른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중년의 남성 환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것도 서울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니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환자였다. 어느 정도 치료가 이루어진 환자였지만, 아직 화상의 후유증이 얼굴 군데군데 남아있는 상태였다. 화상 후유증으로 인해 피부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특히 아랫눈꺼풀이 아래로 당겨져 내려와서 눈이 제대로 다 감기지 않는 상태였다.

화상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굳이 대구까지 찾아온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어떻게 오셨는지 물어보았다. “인중 수술을 하기 위해 대구까지 찾아왔습니다”라고 하는 환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기 분야에서 제법 알려진 사업을 경영하는 이 환자는 얼마 전 사무실에서 작업 도중 발생한 화재로 인해 얼굴과 전신에 이런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한다. 화상전문 대학병원에서 열심히 치료하고 재기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변해버린 얼굴을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재건하기 위해 여러 군데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의 사업 이외에도 커다란 꿈을 하나 이루어가고 있었다. 바로 열기구 세계 일주였다. 그는 이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까지, 또 몽골에서 한국까지 이렇게 아시아 지역 전체를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이런 사고를 만났으니…. 하지만 그는 단념하지 않았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열기구를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화상 때문에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불편해질 자신의 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와 열정은 진료실을 가득 채우기 충분할 정도였다. 상담 후, 그는 재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갔다. 그 후,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있던 그가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회복이 되어 자연스러워진 모습이었다. 화상을 입어서 밋밋해지고 아래로 처져서 어색해진 입 주위의 모습을 이제 다시 만들어주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마취를 하고 화상으로 단단해진 피부를 주의 깊게 제거한 후, 수술 전에 계획한 대로 얼굴의 밸런스에 맞게 줄여주고 난 다음 세심하게 봉합하고 나서 수술을 마쳤다.

화상을 입은 피부이기는 하지만, 인중의 골이나 입술의 움직임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한 걸음 한 걸음씩 회복을 위하여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의 꿈도 점점 커질 것이다. 지상 5,000미터 상공 기온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냐고.”

그것은 마치 힘들여 산에 왜 올라가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거기 산이 있으니까….” 라고 말 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처럼. 남들이 보기에 무모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좁은 진료실에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만나는 생활에 파묻혀서 지내는 나에게는 이렇게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인연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진료실을 가득 채우는 열정과 에너지에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도 새로운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불씨 하나를 받을 수 있을까? 그의 꿈이 활짝 피어서 날개를 단 것처럼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새로운 열정의 불씨를 가슴 속 어딘가에 틔울 수 있도록.이동은리즈성형외과 원장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